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오늘도 강하게 던졌는데, 143km 밖에 안 나오더라"
LG 트윈스 손주영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5차전 '엘롯라시코' 라이벌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지난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44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손주영은 시즌 첫 등판에서 삼성을 상대로 6이닝 동안 3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이후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으나, 지난달 3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9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14일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4이닝 동안 5실점(2자책)으로 갑작스럽게 부진하기 시작,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손주영은 지난달 21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3이닝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28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도 5이닝 5실점(5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는데, 지난 4일 다시 만난 두산을 상대로 승리와 연이 닿지는 못했지만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피안타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은 경기 초반에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있어서, 초반부터 강하게 던지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경기 초반에 141~142km 이렇게 던지더라. 지금은 그럴 나이가 아니다. 스피드도 늘리고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왔을 때 완급 조절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완급 조절을 해버리면 성장도 멈추고 스피드도 오르지 않는다. 지금은 세게 던지고 구속도 끌어올려야 스테미너도 생긴다. 손주영은 150km를 던져야 되는 선수다. 멘탈과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하다. 우리 팀에서 국내 1선발을 만들 수 있는 자원 중 한 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령탑으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은 손주영은 이날도 경기 초반 구속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회 최고 구속은 145km 최저 구속은 142km에 불과했다. 2~3회 또한 같은 흐름이 이어졌는데, 4회부터 최고 147km의 볼을 뿌리면서 전체적으로 직구 구속이 모두 상승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투구 내용은 탄탄했다. 손주영은 1회 선두타자 윤동희를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으로 내보내는 불운 속에서도 후속 타자들을 모두 요리하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정훈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이닝을 출발했지만, 후속타자 유강남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한 뒤 선행 주자를 지워냈고, 나승엽과 오선진을 모두 삼진 처리했다. 그리고 3회에는 이학주-윤동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1, 2루 위기에 몰렸으나, 고승민을 병살타로 돌려세운 뒤 빅터 레이예스까지 3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경기 초반의 위기를 모두 넘긴 손주영은 4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첫 삼자범퇴 이니을 만들어냈고, 5회 1사 2루의 실점 위기도 극복하면서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손주영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타자 고승민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출발했다. 이후 손주영은 레이예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전준우에게 좌익수 방면에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그런데 이때 문성주가 슈퍼 점프캐치를 통해 전준우의 장타성 타구를 뜬공으로 바꿔놨고, 오버런을 했던 레이예스까지 중계플레이를 통해 지워내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무리' 유영찬의 1⅓이닝 무실점 투구에 힘입어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경남고 출신의 손주영, '고향팀'을 상대로 승리를 맛본 소감은 어떨까. 그는 "첫 경기 이후 첫 승리였는데, (박)동원이 형 사인을 믿고 던진 결과가 너무 좋았다. 또 롯데가 고향 팀인데, 오늘 롯데 팬들이 엄청 많더라. 그런데 오히려 힘이 나더라.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프로 데뷔 이후 첫 사직 등판이었는데, 마운드가 생각보다 높고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한차례 지적을 받았던 손주영은 이날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50구를 던지면서 조금씩 페이스가 좋아지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경기를 하면서 구속이 올라가는 스타일이었다. 어제(10일)도 감독님과 만났는데 '5선발이니, 6이닝은 생각하지 말고, 5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를 해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완급 조절을 할 위치가 아닌데, 몸이 조금 자연스럽게 늦게 풀리는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에게 이 같은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을까. 그는 "그런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며 "그래서 오늘도 1회부터 강하게 던졌는데, 143km 밖에 안 나오더라. 그래도 다행히 뒤로 갈수록 구속이 더 나오더라"고 활짝 웃었다.
이날 손주영은 승리의 공을 팀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꼭 써달라"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손이 많이 간다'고 하시지만 '네가 건강하게만 던진다면 얼마든지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이전에는 고개를 흔들다가 안타를 맞고 했는데, 직전 경기부터 고개를 거의 흔들지 않는다. (박)동원이 형 덕분에 두 번 연속 6이닝을 던질 수 있었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김)진성 선배님께서 오늘 좋은 기운을 주셨다. 오늘 처음 받았는데 신기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손주영은 6회 호수비를 펼쳐준 문성주를 향해 "담장을 넘어갈 것 같진 않았다. '잡을 수 있을까' 했는데, 잡혀서 '됐다' 싶었다"며 5아웃 세이브로 자신의 승리를 지켜준 유영찬에게는 "(8회) 현수 형을 비롯해서 '기도해라'고 하시더라. (유영찬이) 옆방을 쓰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야 할 것 같다"고 동료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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