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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 김도균 칼럼니스트] 올림픽의 개막식은 개최국가와 도시가 던져주는 메시지의 총합이다. 특히 이번 개막식은 석양으로 물든 파리의 이름다운 센강을 배경으로 멋지고 럭셔리하게 올림픽의 막을 올리길 기대했으나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대회 주최 측과 선수 그리고 관중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개막 공연을 놓칠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직관 보다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관람하기로 했다.
점차 굵어지는 비에도 불구하고 10번째 참관한 개막식 중 감히 최고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존 대회의 관념과 틀을 깬 혁신적인 한편의 종합 예술이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추구하는 혁명적인 도시에 걸맞게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기존 올림픽 개막식과 다른 2024 파리올림픽만의 파격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장소의 혁신! 육지에서 강으로
스타디움 트랙이 아닌 강 위에서, 경기장 좌석이 아닌 강둑에 설치된 객석으로, 폐쇄된 공간이 아닌 도시 전체를 공연장으로 만든 공간적 틀을 모두 깬 최초의 개막식이 됐다. 선수단은 85척의 배에 선수들이 탑승하여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앞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입장했다. 10만 명을 넘기기 힘들었던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60여만 명이 넘는 시민들과 관중들이 개막식을 지켜보고, 400m 정도 되는 트랙의 길이를 6km가 넘는 센강 트랙으로 확대됐다. 센강 구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 시청,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들을 지나가는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프랑스의 문화, 역사 예술을 단숨에 전 세계인에게 각인했다.
◆ 순서의 혁신
대부분의 올림픽 개회식은 사전 공연과 올림픽기 입장, 그리고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선수단 입장, 그리고 성화 봉송과 점화를 주제로 한 공연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은 순서의 장벽도 깼다. 성화가 가장 먼저 등장하고 곧바로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공연하는가 하면 선수단 입장 중간마다 메탈 밴드와 소프라노가 함께 프랑스 혁명가를 부르고, 특정 브랜드를 노출 시키기도 하는 등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통해 시청자와 관중들에게 흥미를 제공했다.
◆ 성화 봉송 주자와 도구의 혁신
성화는 대회 기간을 밝히는 상징의 조형물이다. 그래서 개막식에서 마지막 성화 주자는 누구인지, 점화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성화대는 어떻게 생겼는지 등이 최고의 관심사다. 자국을 빛낸 스타들만이 성화 봉송하던 고정관념을 깨고 스포츠 세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타국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에게도 성화 봉송을 맡긴 것이다. 라파엘 나달(테니스-스페인), 칼 루이스(육상-미국), 세리나 윌리엄스(테니스-미국), 나디아 코마네치(체조-루마니아) 등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들과 프랑스 출신 스타 선수인 아멜리 모레스모(테니스), 토니 파커(농구), 르노 라빌레니(육상). 패럴림픽 선수들이 함께 달려 점화자인 페레크와 리네르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또한 다음 주자에게 성화를 전달한 사람은 그 대열에서 빠졌으나 이번에는 함께 달리기도 했으며 장애인 체육회 회장이 맨 마지막 주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다가 기존의 성화대는 '컵 모양의 형태' 였으나 이번에는 1783년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 무인 비행에 성공한 것에 착안해 역사상 최초로 열기구 성화대를 만들었다. 컵 모양의 고정 건축물에서 이동성 있는 열기구 성화대로 바꾼 것이다. 성화대의 높이는 30m, 넓이는 22m로 프랑스가 개발한 수소 기구를 사용하는 창의적인 실행을 한 것이다. 유도 국가대표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최종 성화 점화를 맡아 거대한 열기구 아래에 불을 붙였다. 열기구가 파리 밤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동안 셀린 디옹이 ‘사랑의 찬가’를 부르며 개회식은 성대하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순간에 참여한 세 사람은 모두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으로 프랑스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 공간의 혁신! 도시 전체가 공연장
6km라는 강가는 관람객이 일제히 집중할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단점이 있으나 오히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승화했다. 레이디 가가,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록 밴드 고지라, 아야 나카무라는 군악대와 공연을 펼치기도 하였다.
클래식으로부터 샹송, 랩, 전자 음악 등을 유적지와 협조하여 프랑스의 역사, 문화, 언어, 종교, 다양성을 알렸다.
◆ 디지털 참여 판매 혁신
하계 올림픽은 동계보다 경기 종목과 참여 국가 수가 많아서 더 많은 티켓이 판매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107만 장이 팔렸고, 역대 최고는 830만 장이 팔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다. 그런데 파리올림픽은 개막식이 열린 현재까지 970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이미 신기록을 세웠고 총판매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기 있는 이유는 파리라는 도시의 특징과 티켓판매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하고 재판매하는 등 디지털을 활용한 티켓판매로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는 방법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 명품 기업과 함께하는 명품올림픽
패션의 종주국이자 럭셔리 브랜드의 원산지인 파리는 이번 개막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도시를 연결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올림픽 메달 케이스를 제작한 루이뷔통은 대회 개막 과정에서 가방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옮기는 장면을 보여주고, 디올은 레이디 가가와 생 시렐이 입은 의상을 제작하기도 하여 명품올림픽이 명품 브랜드 참여를 보여주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모두가 감탄하며 지켜본 충격적인 개막식이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의 어젠다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 모두는 함께 포용하고, 도시와 가깝고,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올림픽 준비 과정엔 늘 잡음과 불평이 무성하다. 특히 파리는 45,000명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도심 곳곳을 일주일 이상을 통제하여 시민, 상인, 관광객들의 불편함이 매우 컸다. 하지만 이번 개막식을 계기로 ‘예술과 문화의 도시’에서 ‘스포츠의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파리는 또 한 번의 거대한 혁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도균 교수(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데상트 스포츠재단 이사장)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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