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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전인미답'의 기록 50-50에 이어 이제는 '전설' 스즈키 이치로의 기록까지 넘본다.
오타니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 2볼넷 3도루로 펄펄 날았다.
오타니는 지난달 2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맞대결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경기 전까지 39홈런-39도루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먼저 40번째 도루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2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에서 콜린 포셰를 상대로 시즌 40번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홈런-40도루를 '최소경기'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오타니는 현재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중이다.
40-40을 최소경기로 달성한 만큼 오타니는 KBO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 메이저리그에도 존재하지 않는 '전인미답'의 기록인 50홈런-50도루 달성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31일 애리조나전에서 43번째 홈런과 도루를 품에 안으며 'A-ROD'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보유하고 있는 종전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인 42홈런-46도루 기록을 뛰어넘었고 1일 경기에서 44번째 아치까지 그려내며 3일 경기 전까지 52홈런-50.8도루 페이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3일 오타니가 또다시 전인미답의 기록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야말로 이날 경기는 오타니가 작정을 하고 뛰었다. 첫 타석에서 안타, 두 번째 타석에서 땅볼을 기록한 오타니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타석이었다. 4회초 2사 3루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낸 오타니가 1루 베이스를 밟음과 동시에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시즌 44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이로써 오타니는 43-43이어 44-44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오타니는 7회초 1사 주자 없는 네 번째 타석에서 애리조나의 바뀐 투수 조던 몽고메리에게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한 뒤 다시 한번 2루 베이스를 향해 내달린 결과 45호 도루를 수확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또다시 스타트를 끊은 결과 3루 베이스까지 차지하며 3도루 경기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타니는 50홈런-50도루 기록에 이제 6홈런과 단 4도루만을 남겨두게 됐다.
40-40의 업적을 달성하기 전부터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교과서' 같은 답만 늘어놓던 오타니.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일본 '스포츠 호치', '풀카운트' 등에 따르면 오타니는 50-50에 대한 질문에 "몇 경기가 남았는지는 잘 모르지만"이라면서도 "한 경기라도 건강한 상태로 나갈 수 있다면 기회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50-50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날 오타니의 3도루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50-50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하지만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스즈키 이치로가 달성했던 45도루를 뛰어넘고 일본인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최다 도루 랭킹 2위에 올린 것도 한몫을 했다. '전설'로 불리는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만 19시즌을 뛰며 3089안타 50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데뷔 첫 시즌부터 무려 10시즌 연속 200안타를 기록할 정도의 정교함과 빠른 발이 가장 큰 장점. 그런데 이제는 이치로의 기록까지도 빼앗을 기세다.
오타니는 3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46도루를 기록하며 시즌 54도루 페이스를 달성하게 됐다. 3일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50.8도루 페이스에 불과했던 것을 무려 2.2개나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도루를 보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 오타니는 후반기 41경기에서 무려 23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 페이스를 고려하면 59개의 도루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이런 활약이라면 오타니는 2001년 이치로가 '도루왕' 타이틀을 확보했던 56도루의 기록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
일본 현지 복수 언론도 상당히 들떴다. '닛칸 스포츠'는 "이치로가 2001년 달성한 56도루 단독 1위의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밖의 언론들도 오타니가 이치로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보도에 집중하고 있다.
오타니는 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도루에 대한 질문에 "얼마나 세이프가 되느냐보다는 리스크를 생각해서 아웃이 될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진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높은 확률로 세이프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뛰어야 한다. 많이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루가 득점으로 연결되고 있는 게 내게는 자신감이 되고 있다. 도루를 한 뒤 후속타자가 불러들이는 것이 내게는 더 적극적으로 도루를 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며 향후에도 계속해서 도루를 할 뜻을 밝혔다.
'전인미답'의 50-50에 도전하고 있는 오타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위업에 도전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만큼 이치로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결코 불가능은 아니다. 과연 시즌이 끝났을 때 도루 기록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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