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일본서 가장 큰 규모 300개 점포…일출~아침 9시
‘들썩들썩 활기 가득’ 해산물 튀김, 아침 라멘 먹방
[마이데일리 = 일본(하치노헤)·이지혜 기자] 9월 1일 새벽 4시 무렵, 아직 창밖이 깜깜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미 새벽의 푸르스름을 지나 하늘 저편은 붉은빛이 어스름 올라오고 있었다. 기상어플이 알려준 이날의 일출 예상시간은 5시. 일요일 아침 해가 뜰 때부터 오전 9시 무렵까지 열리는 아침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호텔을 서둘러 나섰다. 평소 꿈나라일 때인지라 아직 잠이 덜 깬 채였지만 시원한 새벽공기가 상콤하게 피부에 와닿았다.
아오모리현 동남부 하치노헤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침시장 ‘다테하나 간페키 아사이치’가 3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선다. 전국아침시장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는 15개 아침시장이 상시 성업하고 있다. 하치노헤 아침시장은 300여개 노점이 등록돼 있으며 최대 규모다.
이런 하치노헤 아침시장을 알게 된 건 여행책자 소개에서였다. 특히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아침햇살이 사람들과 노점을 비치고 있었고 사람들의 미소도 그 공간도 반짝반짝 빛났다. 나도 그곳에 가면 저렇게 즐거운 얼굴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치노헤 중심가 새벽거리에서 금세 잡을 수 있었던 택시를 타고 아침시장에 도착했다. 새벽 할증이 적용돼 2300엔(2만2000원)이 나왔다. 아침시장은 하치노헤 어항 주차장 공간 일부를 활용해 열리고 있다. 이러한 공간적 특이성도 한층 특별하게 느껴진다.
벌써 다수 상인이 노점 천막을 치고 물건을 진열해놓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가게가 눈에 들어오자 뭘 파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줄부터 서고 싶은 마음이 덜컥 들었다. ‘지금도 저렇게 긴데 이따가 사람이 더 많아지면 한참을 줄 서는 거 아냐?’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조급한 마음을 누르고, 전체적인 탐색에 나서기로 했다. 점포 배치는 전체적으로 항구의 바다를 상단으로 봤을 때, ‘ㄴ’(C·D·E·F열)자 모양이고, 다시 하단에 일직선의 2열(A·B)이 더 있다. 시장으로 진입하는 각 출입구쪽에는 아침시장 상점 위치가 표시된 ‘아침시장 지도’를 100엔에 팔고 있다.
가볍게 끝에서부터 끝까지 쭈욱 걸으며 살펴보니 먹을거리가 가장 많았고, 종류가 참 다채로웠다. 여럿이 왔으면 좀 더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면 되겠지만 혼자 왔으니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수였다. 이런 다짐도 잠깐 ‘지글지글 자글자글’ 기름에 뭔가 튀기는 소리와 향긋한 냄새에 마음이 순식간 풀어졌다.
동편 입구에 위치한 후라이상점(C73)은 센베이지루(300엔)와 감주(100엔), 고로케, 해산물 튀김을 판다. 굴튀김(250엔)과 아이스 감주를 사보았다. 감주는 너무 달지 않았지만 달콤했고 감칠맛이 났다. 또 굴튀김은 신선한 재료로 갓 튀겨내서 그런지 순식간에 4개를 다 먹어버렸다. 이 이른 새벽, 식욕이 없을 거란 걱정은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식욕이 좀 충족돼 있으니 한눈 팔지 않고 하단 라인에 해당하는 A·B 상점 라인을 둘러보러 갔다. 이곳의 첫 점포는 카페라리아(A72)과 잡화점 크래프트백(A70)이다. 아침시장 로고를 담은 티셔츠, 에코백, 스티커, 배지 등은 물론이고, 상점지도, 캐릭터 ‘이카동(오징어덮밥)’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
아침시장을 돌아보며 또 하나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던 것은 김치와 지지미, 양념치킨을 파는 곳이 여럿 보였다. 호기심에서 지지미(100엔)를 사먹어 보았는데, 뜻밖에 너무 맛있었다. 외국에서 파는 한식은 묘하게 맛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이곳의 지지미는 짭쪼롬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수준급이었다. 다음에도 꼭 다시 사먹을 생각이다.
A·B라인 중간쯤에는 공중화장실과 아침시장 사무소가 이웃해 있는데, 바로 이 사무소 앞에서 아침 7시30분부터 아침시장 공식 아이돌 팟치(pacchi)의 야외 공연이 펼쳐진다. 발랄하고 흥겨운 리듬에 맞춰 함께 무용을 따라하는 팬들의 모습도 에너지가 넘쳐보인다.
아침시장에 너무 많은 상점이 있고 너무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어 선택장애를 느끼기 십상이다.
우선 줄서는 가게를 소개하자면 △시오데바의 튀김(F26) △토와다의 튀김 소룡포(C0) △안젤리나의 크로와상(F04) △카이센야의 성게 미소 구이(F71) 등이 있다. 직접 줄서서 하나씩 먹어보았는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라멘과 소바·우동 가게도 곳곳에 있는데 가격은 600~700엔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어느 곳이나 항상 사람이 가득하지만 회전율이 빨라서 잠시만 기다리면 금세 자리가 난다. 아침에 먹기에 양도 부담스럽지 않고 면도 부들부들해서 잘 넘어간다.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집도 여럿 다양하게 있다. 아침에 찾는 이들을 감안해 소프트 로스팅으로 부드럽게 내린 블렌드 커피맛을 볼 수 있다. 진한 스타벅스 커피에 익숙해져 있다면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대표 카페로는 앞서 소개한 동쪽 출입구 △카페라리아(A72)를 비롯해 중간에 △아사이치카페(D27) 서쪽 대형버스 주차장 앞에 위치한 △카야마카페(E41)가 있다.
이밖에 간장을 발라 구운 떡구이와 간장달걀 등도 별미였다. 센베이와 야채를 넣어 끓여 떡국을 연상케 한 센베이지루는 하치노헤와 아오모리의 특색있는 먹거리로 시장이 됐든, 시내 식당이 됐든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
과일가게에서 주먹보다 큰 백도를 사서 먹었는데 달고 향도 좋았다. 한국 과일가게에서 보기 힘든 플럼 등을 사먹어봐도 좋겠다. 생과일을 한국에 가지고 올 수 없으니 일본에서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구입해야겠다.
21개월 된 조카에게 줄 노란 오리인형을 500엔 주고 샀고,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마시고 싶어서 카야마커피의 블렌드 원두도 200g 한 봉지를 샀다. 그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7시쯤 되니 아침시장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으로 가득했고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 손에는 누구랄 것없이 저마다 에코백과 봉지가 여럿 들려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아침시장 운영기간에 특별히 운영되는 순환버스를 이용했다. 아침 6시 대에 2회, 7시 대에 2회씩 하루 총 4회 운행하며 중심가와 다테하나 항구 아침시장 2곳을 오간다. 이용료도 100엔(950원)으로 저렴하다. 중심가에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6시 대의 첫차를 타고 아침시장을 방문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JR무쓰미나토역에서 도보로는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하치노헤역 기준 아침 5시 33분이 첫차다.
◇JAL ‘하네다-미사와’ 단독 노선으로 하치노헤에
하치노헤 방문은 3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대한항공이 인천-아오모리 직항을 운항한다. 주3회 스케줄인데 시기에 따라 운항 요일이 달라 여행 계획시 이를 체크해봐야 한다. 아모리현 서북부에 위치한 아오모리국제공항 아오모리 시내로 이동한 다음 여기서 하치노헤역으로 가는 신칸센 또는 일반 기차를 탈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김포-하네다로 이동 후 다시 국내선으로 미사와에 가는 방법이다. 미사와는 공항 리무진버스로 하치노헤 중심가까지 약 50분이 소요된다. 하네다-미사와는 일본항공 단독노선이며, 김포-하네다-미사와를 이용할 경우 할인이 적용된다.
세 번째 방법은 도쿄 하네다·나리타 등 국제선을 이용한 후, 도쿄역에서 하치노헤행 신칸센을 타는 것이다. 도쿄-하치노헤 편도는 2시간 47분 소요된다. JR패스를 구입할 경우 왕복 3만엔 정도 한다.
※취재협조 = 일본정부관광국(JNTO)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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