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김두겸 울산시장 "사모펀드 약탈적 인수합병" 경고
소액주주 "주주환원율 최고인데 뭐가 문제"
MBK·영풍 "약탈적 M&A 말도 안돼"
고려아연 노조 MBK 앞서 규탄 시위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소액주주와 지자체까지 나서는 등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를 앞세운 영풍의 물량공세에 맞서 고려아연 우군으로 평가받는 지역사회, 소액주주들까지 가세해 대결 구도를 펴는 양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울산시에 따르면 고려아연 생산공장이 위치한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규정하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최근 공개 입장문을 통해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울산 지역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도 최근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 기준 61%)를 달성했는데, 상반기 순이익 2879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205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72.6% 증가한 2687억원을 기록했고, 주가도 3월 주주총회 이후 24% 상승해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소액주주들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는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대기업 3사의 든든한 후원이 있다"며 "사업 파트너이자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과 성장전략으로 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약탈적 M&A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하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 악화가 본격화 됐으며 최근 영풍이 MBK파트너스를 앞세워 고려아연 지분 6.98∼14.61% 확보를 목표로 1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개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가 인수 이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울산시의회 등 정치권에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국회·정부와 함께 국가기간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노조도 이번 인수합병 논란에 가세했는데, 고려아연 노조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철회 촉구 성명서 및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조 측은 "우리 2000여 근로자는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제고를 핑계 삼아 회사를 장악한 뒤 인력감축·투자축소·배당이익 극대화·외국자본 매각 등을 일삼는 MBK는 매국 자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위상을 지닌 업체로, 최근 친환경 에너지·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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