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이도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49호 도루를 손에 넣은 날 불펜에서 최다 30구를 던지며 또다시 150km를 마크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맞대결에 앞서 오타니가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왔던 오타니. 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투수로 시즌을 종료한 뒤 타자로는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해나갔는데, 옆구리 부상이 겹치면서 결국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당당히 생애 두 번째 MVP 타이틀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탓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큰 계약을 품지 못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겅을 열어본 뒤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무려 10년 7억 달러라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전례가 없는 최대규모의 계약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현재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50홈런-50도루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중. 그렇다고 투수 재활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오타니는 19일 경기에서 시즌 49번째 도루를 손에 넣으면서 이제 '전인미답'의 기록인 50-50까지 2홈런 1도루만 남겨두게 됐는데, 이날 경기에 앞서 또다시 불펜 피칭에 임했다. '도쿄 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불펜에서 무려 30구를 뿌렸다. 투수로 재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투구수였다. 게다가 다시 한번 최고 93마일(약 150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로 복귀할 가능성을 드높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올 시즌 오타니의 마운드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로 짧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레버리지'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를 하다가 또다시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이 말을 바꿨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등판을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물론 현시점에서 선발 투수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까지 전력으로 불펜 투구에 임하는 단계도 아닌 까닭. 하지만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의 빌드업을 진행하고 라이브피칭 등을 소화한다면, 월드시리즈가 진행될 무렵에는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엔트리에 한 자리만 사용하면서 오타니를 '이도류'로 기용할 수 있다면 베스트 시나리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마찬가지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우승을 확정짓는 그림도 만들어볼 수 있다.
오타니도 전혀 선을 긋지만은 않았다. 전날(18일) 48호 홈런을 터뜨린 후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포스트시즌에서 던질 가능성은 있나. 투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올 시즌에 대해서는 투수코치와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말을 하더라도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단 홈으로 돌아간 뒤 미팅이 있을 것이다. 그때 오프시즌을 포함한 향후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이어 오타니는 '포스트시즌에 던질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습니다"고 답했지만,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간 뒤 미팅을 통해 포스트시즌 등판이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분명했다.
수술을 받은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거듭 150km를 찍고 있는 가운데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등판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