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내게는 옵션이 됐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쏟아진 비의 영향으로 인해 14일 경기가 전격 우천 순연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와 무려 5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확보한 LG는 지난 1차전에서 1패 이상의 충격을 떠안았다. 지난해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목표로 삼으면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포함해 이주형과 김동규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했던 최원태가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또다시 최악의 투구를 펼쳤던 까닭이다.
최원태는 1회 경기 시작부터 자초한 실점 위기에서 르윈 디아즈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뒤 2회 수비도 실점 없이 넘어서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3회말 김지찬과 윤정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는 등 다시 찾아온 위기에서 구자욱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으면서 초반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에 LG는 4회초 오지환이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최원태가 4회말 시작과 동시에 김영웅에게 또다시 우월 아치를 맞으면서 4점차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LG는 최원태 이후 유영찬을 조기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4회말을 추가 실점 없이 마쳤는데, 5회 믿었던 김진성이 2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급격하게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럼에도 LG는 7회초 삼성의 실책 등에 힘입어 3점을 뽑아내 다시 한번 간격을 좁혀나갔으나, 이미 벌어진 간격은 너무나도 컸다. 오히려 7회말 1점, 8회말에는 김대현이 폭투로 두 점을 허무하게 내주면서 자멸한 결과 4-10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탄생했다.
1차전에 앞서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유영찬과 김진성, '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까지 3명의 불펜 자원으로 시리즈를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불펜 자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유영찬, 김진성, 에르난데스 외의 불펜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곁들었다. 그런데 1차전에서 믿을맨 셋을 제외한 투수들이 모두 무너지자, 경기가 끝난 뒤 뜻을 굽혔다.
사령탑은 "결국 이기는 경기에서 승리조 유영찬, (김)진성이, 함덕주, 엘리 네 명에서 승부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불과 반나절 만에 번복한 셈이었다. 그만큼 경기를 통해 확인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단기전에서 믿고 활용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정한 셈이었다.
분위기가 처질 만큼 처진 가운데, LG에게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14일 오후 3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멈추지 않고 쏟아지면서, 경기가 전격 순연된 것이다. 박진만 감독의 경우 경기가 순연되기 전 취재진과 만났다면, 염경엽 감독은 경기 진행 여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염갈량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표정이 밝다'는 말에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휴식이 우리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비가 와줬다. 우리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는 비가 됐다"며 "2차전 선발 투수도 (손)주영이로 바꿨다. 트레이닝 파트와 투수코치, 선수 본인에게도 확인했다. 사실 비 예보가 있을 때부터 2차전에는 주영이가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비로 한 경기가 연기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우천순연은 '단기전'에서는 엄청난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염경엽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사령탑은 '하루 순연이 된 것이 시리즈에 영향이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바뀌겠죠"라며 "일단 선발 투수가 바뀌었다. 엔스 또한 계속 3~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에 등판해 무려 117구를 뿌리며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의 압권의 활약을 펼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최대 2이닝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점도 LG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당초 염경엽 감독은 지난 1차전에 앞서 에르난데스를 최대 1⅔이닝까지만 활용할 뜻을 밝혔는데, 2차전이 취소되면서 마운드 운용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엔스에게도 휴식이 회복력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엘리를 제외하고는 무리한 선수가 없었는데, (비 덕분에) 엘리도 내일(15일) 2이닝을 쓰는 데 부담이 없다. 이후 다시 휴식일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옵션이 됐다. 비가 옴으로써 확률이 높은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과연 14일 내린 비가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분명한 것은 이미 실전 감각은 충분히 끌어올린 LG 입장에서는 피로를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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