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하의 타격장인이 허리통증으로 결장했다. 그러나 KIA 타이거즈는 그의 존재감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
KIA는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살짝 긴장된 분위기였다. 3차전을 내주면서 1~2차전 승리의 상승세가 끊겼다. 4차전서 다시 만날 원태인을 공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최형우가 허리가 조금 좋지 않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3경기서 타율 0.273 2타점. 성적을 떠나 라인업의 무게감을 좌우하는 선수. KIA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 최형우를 못 쓸지도 모르는 사실이 꽤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그러나 기우였다. KIA는 4차전서 13안타 6볼넷으로 9득점하며 낙승, 통합우승에 1승만 남겨뒀다. 최형우가 결장했음에도 타선은 시원하게 터졌다.
물론 원태인의 어깨 부상 여파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최형우 대신 들어간 오른손 외야수 이창진(33)이 은근히 존재감을 발휘한 경기였다. 사실 원태인이 우완이라 이우성을 우익수로 넣고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돌리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우성은 시즌 막판부터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이창진을 좌익수로 투입하고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돌렸다.
이 선택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이창진은 1~3차전서 벤치만 덥히다 4차전서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2안타 포함 무려 네 차례나 출루하며 ‘장외 출루고수’임을 입증했다. 2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원태인의 141km 패스트볼에 좌중간안타를 쳤다. 3-0으로 앞선 3회 1사 2,3루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김태군에게 제대로 밥상을 차렸다. 5회에도 바뀐 투수 이승현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렸고, 9회에는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다.
KIA 야수진 뎁스는 어느덧 리그 최강이다. 이창진은 정규시즌에도 박정우와 함께 붙박이 백업이었다. 나성범이나 최형우가 없을 때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서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 103경기서 타율 0.262인데 출루율은 무려 0.401이었다. 사사구 47차례를 골라낸 반면 삼진은 36차례에 불과했다.
다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어깨로 리듬을 타며 타격하는, 자신만의 매커닉이 확실한 타자다. 출루가 필요할 때 대타로 나가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수비를 아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이상이다. 다시 말해 언제 어떤 역할을 맡겨도 평균 이상을 해내는 선수다. 전형적으로 있을 때 티가 많이 나지 않지만 없으면 허전한 유형의 선수다. 외야진이 약한 팀, 뎁스가 약한 팀에선 주전으로 뛰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수다.
최형우의 허리부상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차전 전후에 허리에 붕대를 감고 정상적으로 걸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최형우가 정상 출전하면 이창진은 벤치에 앉는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최형우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이창진의 5차전 선발 출전 가능성도 있다. 5차전 선발투수가 좌완 이승현이라는 것도 이창진의 선발출전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올 시즌 좌투수에게 타율 0.278을 기록했다.
최형우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건 KIA에 엄청난 악재다. 그러나 그게 꼭 팀이 무너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창진 같은 똘똘한 백업이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가 정규시즌 막판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할 때 이미 확인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서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한다. 이런 점만 봐도 올해 KIA는 통합우승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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