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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한국이 준비가 잘 됐다는 생각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 대표팀과 평가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류중일호는 6일 상무와 연습경기를 치른 뒤 8일 대만으로 출국한다.
최근 진행됐던 국제대회인 도쿄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비교했을 때 프리미어12 대표팀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된 까닭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타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노시환이라는 부동의 4번 타자가 있었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홈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선수가 김도영 정도에 불과하다.
세대교체가 진행됨에 따라 야구 스타일도 바뀔 수밖에 없다. 예전의 경우 경기의 분위기를 뒤집는 한 방을 기대할 수 있었다면,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의 경우 기동력과 정교한 컨택 능력이 바탕이 된 중·장거리 타구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기동력은 괜찮은 편이다. 김지찬이 부상으로 낙마한 것이 뼈아프지만, 김도영을 비롯해 신민재, 송성문, 김주원까지 언제든 추가 진루를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 포진 돼 있다.
중·장거리형 타자들도 많다. 가장 중심에 있는 선수는 단연 김도영. 그는 올해 2루타 29개(13위), 3루타 10개(1위), 홈런 38개(2위)로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문보경과 나승엽, 윤동희는 올해 각각 35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리그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송성문과 김휘집도 중·장거리형 유형의 선수들이다. 류중일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지난 쿠바와 평가전에서 이런 장점이 잘 활용된 경기력이 고스란히 나왔다.
한국은 쿠바와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타선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면서 2-0으로 승리했다. 1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매 이닝 주자가 출루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흐름의 경기가 펼쳐졌으나, 기동력을 통한 짜내기 야구와 함께 마운드의 탄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무뎌졌던 경기 감각이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었다.
2차전에서는 1차전과 달리 선발 후보 선수들이 실점을 기록하는 등 총 3점을 내줬다. 하지만 타선이 활활 타올랐다. 한국은 무려 14개의 안타를 뽑아냈는데, 윤동희가 1호 아치를 그린 것을 포함해 무려 8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였다. 특히 6안타 3사사구로 8회에만 무려 8점을 쓸어 담는 빅이닝을 만들어낸 것도 고무적이었다.
아르만도 존슨 쿠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동력 야구에 혀를 내둘렀다. 사령탑은 2패를 기록한 뒤 "한국팀을 보면서 '준비가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퀄리티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주루플레이를 비롯해 한국 투수들이 눈에 띄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특히 주전과 백업 관계없이 3루수와 유격수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좌타자 중에서 좋은 선수가 많았다. 삼진을 잡기가 까다로웠다. 선구안도 좋고, 공략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때문에 우리(쿠바) 선수들도 도망가는 피칭이 많아지면서 볼넷도 많이 내줬다. 이름이 무엇인지 외울 순 없었지만, 좌타자 중에서 두세 명은 컨택과 파워에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반 강제적으로 시작된 대표팀의 세대교체지만, 중·장거리 타구와 기동력이 바탕이 된 색깔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ABPC에서 성과는 분명 나쁘지 않았던 만큼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다면 세대교체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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