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무리훈련 한번 보내주십시오.”
한 시즌이 끝나면, 시범경기 홈런왕과 타점왕을 누가 차지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3월의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황대인(28, KIA 타이거즈)이 정작 정규시즌에선 거의 활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대인은 올해 시범경기서 4홈런을 쳤다.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함께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타점은 12개로 11개의 로하스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랐다.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가지도 못한 선수의 대반란이었다.
황대인은 2023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여파로 일본 고치 2군 스프링캠프에서 컨디션을 올렸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황대인이 고치에서 컨디션이 너무 좋다는 보고를 받고 시범경기서 기회를 줬다. 결국 황대인은 개막엔트리에 전격 포함됐다.
이범호 감독은 이우성을 일찌감치 주전 1루수로 쓰기로 했다. 이런 상황서 황대인의 맹타는 행복한 고민이었다. 여기서 황대인에게 운이 따랐다. 간판스타 나성범이 시범경기 막판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이우성이 잠시 외야로 나가야 했다. 그렇게 황대인은 개막전 주전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거기까지였다. 황대인은 3월27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서 우선상에 빗맞은 안타를 날리고 1루를 밟는 과정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부상이 꽤 심각했다. 고인 피가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재활 속도가 늦었다. 퓨처스리그조차 6월28일에 처음으로 나섰다. 무려 3개월이란 시간을 허무하게 날렸다.
이후 나성범이 돌아오면서 이우성이 1루수로 정착했다. 더구나 이우성과 3루수 김도영의 백업으로 또 다른 우타 거포 변우혁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베테랑 서건창도 1루와 2루를 오가면서, 황대인이 1군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결국 황대인은 그대로 2군에만 머물다 시즌을 마쳤다. 퓨처스리그서도 38경기서 타율 0.265 6홈런 21타점으로 돋보이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완전히 이범호 감독과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KIA가 7년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지만, 황대인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을 듯하다.
지독한 불운의 2024시즌. 그러나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절치부심했다. 심재학 단장에 따르면, 황대인은 직접 구단에 “마무리훈련 한번 보내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렇게 황대인은 현재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선수들 중 최고참급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3일 연장계약 발표 후 전화통화서 “황대인이 올 시즌을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 뒤처지면 안 된다. 지금 본인에겐 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내년엔 어느덧 29세. 군 복무도 해결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KIA 야수진은 내년에도 올 시즌 주축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이우성, 서건창, 변우혁까지 전부 황대인의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산 하나를 넘는다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년 전 2군 캠프에서 칼을 갈았던 것처럼, 올 겨울에 또 한번 반전이 필요하다. 시범경기 맹활약으로 자신의 타격이 정립됐다면, 그걸 증명하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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