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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남을 테니 걱정말라"고 하며 종신 두산 베어스를 선언했던 허경민.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FA(자유계약선수) 권리를 통해 KT 위즈로 전격 이적했다.
KT는 8일 "내야수 허경민(34)과 FA 계약을 체결했다"며 "2020년 이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허경민은 4년 총액 40억(계약금 1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은 허경민은 2012년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은 뒤 2014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두산에 몸담는 동안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허경민은 2020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145안타 7홈런 58타점 70득점 타율 0.332 OPS 0.824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첫 번째 FA 자격을 손에 넣었고, 4+3년 총액 85억원의 계약을 통해 두산에 잔류했다.
당시 허경민의 계약 세부 내용은 4년 동안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 등 총 65억을 받고, 이후 3년 20억원의 선수 옵션이 포함됐다. 당시 두산은 2014년 FA 시장을 통해 영입한 장원준(4년, 84억원)을 뛰어넘는 계약 규모를 안기는 등 허경민에게 진심을 다했다. 하지만 FA 계약을 맺은 이후 허경민의 활약은 조금 아쉬웠다.
허경민은 2021시즌 136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5홈런 59타점 타율 0.278 OPS 0.70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2022시즌 121경기에 나서 125안타 8홈런 60타점 타율 0.289 OPS 0.758로 공격 지표를 조금씩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타율 0.268 OPS 0.703으로 성적은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3년의 옵션을 포기한다면, FA 자격을 얻을 수 올해의 허경민은 달랐다.
허경민은 부상으로 공백기를 갖기 전까지 리그 타율 1위를 달릴 정도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115경기에 출전해 129안타 7홈런 61타점 타율 0.309 OPS 0.811로 도약하는데 성공했고, +3년의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서 다시 한번 가치를 평가받기로 결정했다. 올해 여름 팬들 앞에서 '종신 두산'을 선언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되는 행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계약을 통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만큼 허경민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승엽 감독은 허경민을 비롯한 FA 선수들과 계약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사령탑은 지난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FA 선수들은 전적으로 구단에 일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재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협상을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나는 이천에서 내년에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지, 이 어린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1군 무대에서 더 보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경민이 FA를 선언한 뒤 두산은 곧바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두산은 전날(7일) 허경민 측과 만남을 갖고 협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3+1년 30억원 규모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은퇴식을 비롯해 지도자연수, 영구결번까지 고려하는 등 다양한 조건까지 곁들이며 제안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카드로 꺼내들어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허경민의 선택은 두산의 잔류가 아닌 KT의 이적이었다.
허경민은 KT로 이적이 발표된 후 "제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KBO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은 KT에서 두번째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두산 팬들을 향해 고마웠던 마음을 드러냈다.
허경민의 이적이 발표된 후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두산 관계자도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헌신했던 허경민이 새 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며 아쉬운 마음을 허경민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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