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명품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곡을 연주하며 사람들 반응을 지켜봤다.
45분간 연주 동안 몇몇 사람은 잠시 멈춰 그 음악을 듣고, 음악 감상 대가로 1달러짜리 지폐를 건네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람은 무관심했다. 원래 죠슈아 벨 콘서트 입장권은 백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지만, 그 음악을 인지하고 주의 깊게 감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은 잠깐이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음악에 귀를 기울일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도 요즘 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음악 감상은 무슨. 벌써 두어 달 가까이 일주일의 절반은 몸살로 앓아누워 있으니 일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기타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마음만 늘 바쁘다.
일하랴 기타 연습하랴, 할 일은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짜증이 났다. 지난 주는 꼬박 3일을 침대에 누워만 있었더니 죄책감까지 몰려왔다. 이래도 될까.
회사 다닐 때는 일 년에 서너 권씩 내면서 다른 책에도 손을 보탰는데, 1인출판사를 하고 있는 지금 올해는 현재까지 겨우 한 권 냈다. 너무 나태한 건 아닐까.
기타 연습도 그렇다. 레슨이 100회가 되도록 나는 아직도 기타 선생님의 근심거리다. ‘좀 느는 것 같다가도 다음 주에 보면 또 아니고’가 그간의 중론이다. 연습 부족인가 싶어 시간을 좀 더 늘렸지만, 요 몇 주는 몸살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내 고민을 들은 <마음 단련>의 저자 한덕현 교수님이 말했다. “그러려고 독립한 거 아니에요? 아플 땐 좀 쉬고, 내 컨디션에 맞게 일하려고.”
회사 다닐 때 나는 야근은 물론 집에까지 일을 싸들고 오는 날이 허다했다. 마감은 늘 빠듯했고 체력 한계를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수액을 맞고 오는 날도 많았다. 마지막 직장에서는 허리 디스크에 급성 간염까지 일 년에 한 번꼴로 입원했는데 병원에 누워서도 일했다.
그렇게 일만 하던 어느 날, 그렇게 일만 하고 싶지 않아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독립해 1인출판사를 차렸는데 그 사실을 자꾸만 잊고 만다.
자영업자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시간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을 하루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길게 보면 되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일도 기타 연습도 좀 쉬엄쉬엄하다가 몸이 상쾌한 날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을.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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