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Mr. 플랑크톤'은 생의 끝자락 즈음에서 제 삶의 가치를 절실히 깨닫게 되는 한 청춘의 뜨거운 반성이자 회고입니다."(작가 조용)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이 불행 속 서로의 행복이 되어주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꼽히고 있다.
23일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의 시청수를 집계한 결과 'Mr. 플랑크톤'은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국내 순위는 3위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이 이야기에는 정자가 바뀌는 바람에 부모에게 버림받는 해조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폐경을 진단받은 재미, 종갓집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야 하는 어흥이 등장한다. 해조는 뇌에 종양이 발견돼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고, 죽기 전 친부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여행길에 전 여자친구 재미를 동행시킨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납치한 날이 재미의 결혼식 날이었다는 것. 해조는 재미를 둘러업고 현장을 나서고, 어흥은 결혼식 당일에 증발해버린 색시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재미는 전 남자친구와 마지막 여행길에 강제 동행한다.
앞서 이 작품은 공개 전 데이트 폭력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장에 대뜸 나타나 둘러업고 나가는 장면이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 우도환은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 작가님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한부인 것을 알게 되고, 재미의 폐경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 도망가고 싶은 거잖아. 너 이 결혼이 맞는다고 생각해? 같이 가자, 그런데 내 탓으로 돌려' 같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플랑크톤'(Plankton)은 '정처 없이 떠도는 것' '방랑자'라는 의미로,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Mr. 플랑크톤' 역시 결핍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해조와 온기를 나눌 가족이 필요한 재미, 엄마에게서 정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어흥까지 세 사람은 각자의 결핍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용 작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란 없다는 걸, 오늘 하루 하찮은 너로 인해 네 곁의 누군가는 행복으로 충만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Mr. 플랑크톤'은 '우리 모두가 반짝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성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어린 해조를 거둔 봉숙(이엘)과, 어흥의 엄마 호자(김해숙), 호자의 수하 존 나(알렉스 랜디), 해조에겐 툭툭대도 의리를 지키는 까리(김민석)까지. 해조와 재미, 어흥의 주변 인물들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며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는, 부유하는 미생물 같은 자들의 방황과 방랑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Mr. 플랑크톤'은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다. 전 여자친구를 납치한다는 불편한 설정에도 시청자들에게 인생작으로 꼽히는 이유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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