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1심서 전원 무죄 선고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자본시장 근간 훼손"
이재용 5분간 최후진술 "사익 위해 주주 속일 의도 없었다"
내년 2월 3일 항소심 선고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에 대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 중인 이 회장은 5분간 최후진술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이며 경제 주체 간 조화와 공정한 경쟁 등의 헌법적 가치로 (피고인은) 이 사건 합병 당시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미전실이 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동안 당사자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합병 시점 또한 이 회장과 미전실이 임의로 선택했다"면서 "합병은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추진됐고, 합병 강행을 위해 각종 부정거래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통해 2020년 예상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와 투자자를 상대로 허위로 설명했다"며 "만약 이런 부정한 행위가 없었다면 투자자들은 1:0.35라는 불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올해 2월 1심 재판부가 전부 무죄를 선고한 점을 강조하며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법적인 합병이었다고 맞섰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변론 과정에서 "검찰은 자본시장법의 근간을 훼손한 범죄라며 사기적 부정거래로 기소했는데 과연 그런 사건이 맞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고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라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명했다.
이어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으로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에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제기되는 '삼성 위기론'을 언급하며 경영자로서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일을 내년 2월3일 오후 2시로 잡았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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