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좌완 마무리 와그너, 명예의 전당 헌액
리베라 만장일치 이후 득표율 상승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시대를 풍미하던 좌완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가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번에도 탈락하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2일(한국시각)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만장일치를 노렸던 스즈키 이치로가 단 1표가 부족한 99.7%(393/394)의 지지로 첫 턴에 명예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 뒤를 좌완 선발 C.C. 사바시아(325/394·86.8%)가 선택됐다. 사바시아도 첫 투표 입성에 성공했다. 빌리 와그너는 325표 82.%의 지지율로 10년 만에 75%의 득표를 넘겨 명예의 전당 막차를 탔다.
와그너는 199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뛰며 853경기 47승 40패 42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했다. 휴스턴에서만 9시즌을 뛰며 225세이브를 적립했다.
구원 투수로는 9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앞서 마리아노 리베라, 데니스 애커슬리, 호이트 윌헬름, 구스 고시지, 트레버 호프먼, 리 스미스, 롤리 핑거스, 브루스 수터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역사에 남을 스터프를 자랑했다. 9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기준으로 와그너는 역대 피안타율(0.187), 9이닝당 탈삼진(11.92개), 9이닝당 피안타(5.99개)에서 모두 최소 1위에 올라 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0.997)과 피OPS(0.558)는 2위다.
압도적인 성적에도 와그너를 향한 표심은 싸늘했다. 와그너는 2016년부터 투표 자격을 얻었고, 2019년까지 4년 동안 10.5%-10.2%-11.1%-16.7% 득표에 그쳤다.
'구원' 투수라는 보직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투표권이 있는 기자들은 경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선발 투수에게 훨씬 높은 가산점을 줬다. 경기 후반부 가장 중요한 순간을 틀어막는 구원 투수는 평가절하하기 일쑤였다. 메이저리그의 긴 세월 동안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구원 투수가 단 9명인 것도 이를 증명한다.
리베라가 분위기를 바꿨다. 2019년 투표 자격을 얻은 리베라는 전체 425표 중 425표를 득표, 역사상 최초의 100%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리베라는 19시즌 동안 1115경기 82승 60패 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세이브 1위다.
'구원' 투수가 최초의 만장일치 득표를 받았다.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도 단 1표가 부족해 만장일치를 받지 못했다. '마스터' 그렉 매덕스도 97.2%의 득표로 만장일치에 실패했다.
리베라 이후 표심이 달라졌다. 2020년 와그너의 득표율은 31.7%로 껑충 뛰었다. 이후 46.4%-51.0%-68.1%-73.8%로 매해 상승했다. 그리고 2025년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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