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환 기자] "올해는 잘하지 않을까요?"
두산 베어스 김대한은 프로의 선택을 받기 전 '휘문고 오타니'로 불릴 정도로 마운드와 타석에서 모두 남다른 재능을 과시했던 선수. 이에 두산은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큰 고민 없이 김대한을 선택했다. 두산은 김대한에게 계약금으로 무려 3억 5000만원을 안겼는데, 얼마나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특급 재능에 비해 프로의 벽은 높았다.
김대한은 2019년 데뷔 첫 시즌 1군에서 19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2군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하루빨리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 그리고 긴 공백기를 마친 김대한이 2022년 다시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고,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대한은 2022시즌 2군에서 27경기에 출전해 30안타 3홈런 타율 0.306 OPS 0.824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해 1군 무대에서도 51경기에 출전해 23안타 4홈런 11타점 타율 0.240 OPS 0.763를 기록하며 드디어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흐름도 오래가진 않았다. 김대한은 2023시즌 2군에서의 나쁘지 않은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으나, 1군에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도 김대한은 1~2군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김대한은 2024시즌이 끝난 뒤 선배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로 '악마의 재능' 강정호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음주운전 이력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쌓은 커리가 모두 얼룩지게 되면서, 강제로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게 됐으나, 강정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강정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최근 야구 선수들 중에서는 '핫 플레이스'로 손꼽힌다. 부진을 겪은 뒤 강정호와 훈련을 통해 반등한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NC 다이노스 손아섭과 두산의 김재환이 있다. 김재환의 경우 2023시즌 10홈런 타율 0.220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는데, 2023시즌이 끝난 뒤 강정호와 만남을 통해 지난해 성적을 29홈런 타율 0.283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이를 지켜본 김대한도 강정호를 만나고 왔다.
물론 강정호를 만나고 온다고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레슨을 통해 습득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만큼 김대한도 알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강정호가 지켜본 김대한은 어땠을까. 지난 1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서 진행 중인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강정호가 오랜만에 언론 앞에 섰다.
강정호는 소위 '강정호 스쿨'로 불리는 아카데미에 대한 물음에 "이번 겨울에도 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스프링캠프로 돌아갔다. 일단 (김)재환이나 (박)세혁이는 작년에도 다녀갔기 때문에 이해도가 빨라서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 코치님들께서 어떻게 알려주시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배웠던 것이 아닌 미국에서 배우고 느꼈던 점을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강정호는 비단 자신의 노하우만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선수들에게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때문에 KBO리그 선수들뿐만이 아닌 미국 현지 학생들도 강정호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덕분에 강정호의 야구 아카데미는 이제 정말로 '학교'로 커져가고 있다. 강정호도 야구 아카데미 학교를 설립했다고. 그렇다면 이번에 '강정호 스쿨'을 찾은 김대한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을 해줬을까.
강정호는 "(김)대한이는 타격 메커니즘이 전체적으로 정립이 안 돼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타격에 대해 정립을 하는 단계였다. 이를 얼마만큼 실전으로 연결시키느냐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김대한과 공민규도 올해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정호는 언제든 필요하면 피드백을 요청하라는 입장이다. 그는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영상을 찍어서 많이 보내준다. 나는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너네들이 먼저 영상을 찍어서 보내야 내가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드백을 해줄 수가 없다. 그런 것을 보면 선수들이 얼마나 간절한지가 보인다"며 "머나먼 미국까지와서 열심히 배워간 선수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리고 그렇게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휘문고 오타니'로 불릴 정도로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프로에서는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김대한. 하지만 늦게 피는 꽃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꽃을 활짝 피우느냐다. 강정호의 손을 거친 김대한이 올해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대한이 재능을 폭발시킨다면, 두산의 외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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