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Le crime occidental 서구의 범죄) | 저자 : 비비안 포레스터 | 역자 : 조민영 | 도도서가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한성수] 이제 ‘그런 일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그 시대가 정복되었고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신간 <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에서 저자 비비안 포레스터는 이렇게 묻는다.
이 묵직한 질문이 지목한 ‘그런 일’에 대해 대충은 안다고 여겼다. 나치 독일-전쟁-연합국 승리로 이어지는 연대기와 그 기간 유대인에게 일어난 참담한 비극 등에 관해.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스스로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어서다. 이 책은 부제에 밝혔듯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다. 유대민족이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시온주의’ 운동은 마침내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땅에 오랫동안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평화적 공존 해법을 줄곧 찾지 못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유대인 출신이지만 시온주의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중동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100여 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테인 분쟁은 오직 유럽의 역사라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 역사에서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은 어느 쪽도 범죄자나 집행자가 아니다. 아랍인들은 짐을 떠안았고, 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재앙의 형벌을 받았다. 유대인은 이 재앙의 피해자였고, 불청객 역할을 강요받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그들에게 은근히 그 역할을 떠맡겼다. 그리고 그들은 자발적으로든 정복자로서든 따돌림 당하기는 마찬가지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한 이 분쟁을 일으킨 ‘재앙’의 뿌리로 유대인을 구출하기는커녕 노인과 어린이, 여성이 대부분인 난민을 받아주지조차 않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행태를 꼬집는다. 서구 강대국은 한결같이 제 몸 하나 뉠 곳 없는 유대인이 짐승처럼 나치에게 몰살당하는 것보다, 그들이 자신 터전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유대인 난민 문제 해결을 다룬 1938년 에비앙 회담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 이민 규제 완화를 거부했다. 회담은 일주일 넘게 지속되었지만 어느 나라도 유대인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은 이듬해인 1939년에 향후 2년간 14세 미만 독일 난민 아동 2만 명을 입국하도록 허용하자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미국 전역에 퍼진 인종 편견에 따라 기각시켰다.
정의로운 영웅인 양 회담을 열었던 그들이 내놓은 대책은 떠넘기기였다.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나라를 세우겠다는 시온주의자 손을 들어준 것.
누구도 받아들이기를 꺼린 유대인 난민을 팔레스타인의 아랍인에게 내던진 것이다. 상의 한마디 없이, 마치 그 땅엔 원래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듯이. 당시 팔레스타인은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고,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영국을 배후로 둔 유대인에게 나라를 잃었다. 포레스터 말처럼 인종차별을 통해 유대인을 배척한 유럽과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하는 건 위선적이다.
1925년생으로 어린 시절 당시 유대인이 집과 거리에서 체포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포레스터는 “이 고통이 서구에서는 종식되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의 현재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말 그의 말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까? 100여 년 전쟁으로 인한 선량한 이들의 죽음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갈 길이 요원해 보이지만, 그의 말이 현실이 되어 피로 얼룩진 그들 땅에서 무장한 군대의 군홧발 소리 대신 소꿉놀이하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북에디터 한성수. 내가 왜 이 일을 택했나 반평생 후회 속에 살았지만, 그래도 어느 동네서점이라도 발견하면 홀린 듯 들어가 종이 냄새 맡으며 좋다고 웃는 책쟁이
북에디터 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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