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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했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팮 4이닝 동안 투구수 68구,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이날 사사키의 최고 구속은 98.1마일(약 157.9km).
이번 겨울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사사키는 지난달 19일 도쿄시리즈 2차전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당시 사사키는 최고 100.5마일(약 161.7km)의 초강속구를 뿌리며 도쿄돔을 술렁이게 만들었는데, 또 다른 의미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3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5개의 볼넷을 헌납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는 도쿄시리즈 데뷔전에 꽤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데뷔전보다는 지난달 3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 미국 본토 데뷔전에서의 투구가 더 심각했다. 당시 사사키는 1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개의 볼넷을 내주며 자멸했다. 당시 투구수는 2이닝을 채 던지지 않은 시점에서 61구에 달했다. 이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를 교체하기 위해 마운드를 방문했는데, 당시 사사키는 교체를 거부하듯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건네지 않고 강판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사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라커룸으로 빠지는 모습이었는데, 이에 화들짝 놀란 로버츠 감독이 따라 들어가 사사키를 다시 더그아웃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 일본, 미국에서는 질타들이 쏟아졌다. 프로 선수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사사키가 5일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세 번째 등판을 가졌는데, 앞선 등판들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사사키는 1회 경기 시작부터 카일 슈와버와 트레이 터너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으며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에 사사키는 브라이스 하퍼를 스플리터로 삼진 처리한 뒤 알렉 봄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고, 맥스 케플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최고 실점의 스타트를 끊었다.
사사키는 2회 닉 카스테야노스-J.T. 리얼무토-브라이슨 스탓으로 이어지는 필라델피아의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냈고, 3회말에는 브랜든 마쉬와 슈와버에게 모두 위닝샷으로 스플리터를 구사해 연속 삼진을 뽑아낸 뒤 터너까지 좌익수 뜬공으로 봉쇄하며 순항했다. 그리고 4회 선두타자 하퍼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소 불안한 스타트를 끊는 것처럼 보였으나, 알렉 봄-케플러-카스테야노스를 모두 요리하며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다만 경기를 매듭짓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사사키는 타선의 지원 속에 승리 요건을 갖추기 위해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리얼무토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후속타자 스탓에게도 안타를 맞으면서 1, 2루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래도 사사키에 이어 등판한 앤서니 반다가 실점 없이 5회를 마치면서, 사사키 또한 4이닝 1실점(1자책)으로 세 번째 등판을 모두 마무리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사사키는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제구 난조를 겪은 이유를 찾았다고. 사사키는 "폼에서 좋지 않은 부분, 컨트롤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개선할 수 있는 점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수정했던 것 같다"며 "이틀 전 불펜 투구를 하던 중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꽤 안정이 됐고, 좋았기 때문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사키가 변화를 준 것은 하체의 사용 방법이었다.
직전 등판에서 여러 구설수에 오른 뒤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사사키는 "멘탈적으로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마음은 사완 없다고 생각했다. 불펜 투구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을 발견했고, 오늘 그걸 믿고 던졌다. 기술이 있어야 멘탈도 따라 온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래도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불안했지만, 오늘은 감각으로 4이닝 반을 던졌기 때문에 자신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는 하지 못한 사사키. 다음엔 더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사사키는 "점수를 주더라도 가능한 한 스트라이크존에서 싸우자는 생각을 했다. 맞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지난번처럼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했다"며 "오늘은 몇 구에 내려갈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지만, '이 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은 들었다.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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