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배우 하정우가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10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개봉한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옥에서 만난 하정우는 "'서울타임즈'라는 작품을 2018년쯤 준비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100% 답을 내리지 못하겠더라. 확실한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해서 시간을 갖다가 '로비'를 만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코로나19 시기에 배우게 된 골프로 '로비'를 만들게 됐다는 하정우는 "2020년에 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가면서 이 배경과 사람들을 한 데 묶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준비를 하고 개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최동훈, 류승완, 박찬욱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함께해왔다.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최동훈 감독은 자기가 만들어낸 캐릭터에 캐스팅된 배우를 되게 좋아한다. 배우의 특징을 꼼꼼하게 기억한 뒤 작품 속 캐릭터에 녹여내려고 한다. 현장에서 어떤 애정을 갖고 영화를 찍는지를 봐왔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류승완 감독을 언급하며 "액션 찍을 때 정말 날아다닌다. 10회차 찍을 걸 3회차에 찍을 만큼 효율적으로 촬영한다. 나도 액션신을 찍으면 저런 방식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외에도 나홍진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프리프로덕션 방식을, 김용화 감독의 현장 지휘력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로비' 개봉 전인 지난달 25일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에 당일 진행된 '로비' 시사회 및 간담회, GV에 불참해 팬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하정우는 28일에 퇴원했다고 밝히며 "그날 저녁 GV에 엄지윤 씨, 이선민 씨를 야심 차게 섭외했던 거라 빠질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언론시사회 저녁 GV 때도 이수지 씨를 어렵게 섭외했는데 빠지게 돼서 아쉬웠다"고 홍보 활동에 열정을 드러냈다.
'로비'는 수십 번의 사전 리딩이 진행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17년 전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이 촬영 한 시간 전에 대본을 나눠주더라. 그 이유가 궁금해서 며칠 뒤에 물어봤더니 '작품의 방향성을 컨트롤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는 않았다. 배우들에게 애드리브를 해도 되고, 대사를 만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 전에 이 모든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촬영 때는 오롯이 촬영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강말금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정우가 배우들에게 거마비를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정우는 "조금이나마 성의를 드린 거다.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엔화, 달러 등으로 작은 재미를 드리고 싶었다"며 "주연 배우들은 귀여운 수준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조단역분들은 다른 아르바이트 하다가 오시는 거지 않나. 차비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세심함을 드러냈다.
'로비'를 선보인 하정우는 최근 또 다른 연출작 '윗집 사람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그는 "어떤 작품은 이렇게까지 잘될 작품은 아닌데 잘되기도 하고, 잘될 거 같은데 안 된 작품도 있다. 경력이 쌓이니까 작품 흥행이 내 맘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봉일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기보단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로비'는 감독 하정우의 노선이 정해졌다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낯설 수도 있겠지만 코드에 맞으면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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