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수비까지 이렇게 해준다 '50억 유격수'도 '예비 FA 유격수'도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 지난해 '트레이드 복덩이'가 손호영의 몫이었다면 올해는 전민재가 아닐까.
롯데는 지난 2022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수년 동안 롯데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포수와 유격수 자원들이 FA 자격을 손에 넣었던 까닭. 이에 롯데는 4년 총액 50억원을 베팅,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노진혁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진혁의 영입은 완전한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노진혁의 가장 큰 장점은 유격수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 그리고 OPS 0.8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공격력이었다. 그러나 노진혁은 데뷔 첫 시즌부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113경기에서 86안타 4홈런 타율 0.257 OPS 0.724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절치부심한 노진혁은 반등을 노렸지만, 지난해에도 73경기 밖에 나서지 못하는 등 타율 0.219 OPS 0.604로 사실상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다.
롯데가 무려 총액 50억원이나 들여 영입했지만, 노진혁은 계속된 부진 등으로 인해 올해는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아직 2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틈에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가 있었으니, 2022시즌에 앞서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된 박승욱이었다.
박승욱은 2023년 노진혁보다 더 많은 123경기에 출전해 83안타 30타점 타율 0.286 OPS 0.733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139경기서 106안타 7홈런 53타점 타율 0.262 OPS 0.716으로 활약하며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노진혁의 존재감이 전무한 가운데 롯데가 그나마 센터 내야의 고민을 덜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승욱이었다. 하지만 올해 롯데의 유격수 주인은 노진혁도 박승욱도 아니다. 바로 전민재다.
전민재는 롯데가 내야 뎁스 강화를 위해 지난 겨울 두산 베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 당초 롯데는 백업을 더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전민재를 데려왔는데 노진혁이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하고, 박승욱이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당당히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전민재는 2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24경기에서 29안타 1홈런 7타점 12득점 타율 0.397 OPS 0.957로 펄펄 날아오르고 있다. 특히 4월 성적은 압권 그 자체다. 전민재는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20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까지 1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 특히 지난 19일 삼성전에서는 이적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4월 17경기에서 26안타 6타점 11득점 타율 0.448 OPS 1.070로 펄펄 날아오르고 있다. 현재 타율은 4할과 3할 후반을 오가고 있지만, 리그 2위를 질주하는 중이다.
전민재는 20일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긴 했으나, 팀 승리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는데, 수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첫 번째 장면은 롯데가 3-1로 앞선 3회말 2사 1, 2루에서 삼성 강민호가 친 타구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향했다. 이때 전민재가 몸을 날려 강민호의 타구를 잡아내는 엄청난 수비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내야 안타가 되면서 모든 주자가 살았지만, 타구가 빠졌다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물망 수비를 선보였고, 롯데는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에 박재홍 해설위원은 "실점을, 1점을 막은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러한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3회말 2사 만루에서 르윈 디아즈가 친 타구가 이번에는 유격수와 2루수 방면으로 굴렀는데, 이때 다시 한번 전민재가 등장했고, 자칫 내야를 빠져나갈 수 있는 타구를 깔끔한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게다가 전민재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김영웅이 친 타구를 물 흐르듯 미끄러지며 타구를 잡아낸 뒤 터닝 스로우로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생산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50억 유격수' 노진혁, '예비 FA' 박승욱이 부진을 털어내고 돌아오더라도, 전민재에게 '도전장'을 내밀어야 할 정도다.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전민재. 벌써부터 올 시즌 롯데의 최고 히트상품이 될 조짐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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