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스위퍼라도 던져볼까?”
키움 히어로즈 2선발 하영민(30)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10일 고척 LG 트윈스전과 1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 잇따라 10개, 12개의 안타를 헌납했다. 점수도 6점씩 내줬다. 2선발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고민이 있었다. 특히 컷패스트볼이 마음 먹은대로 안 들어갔다.
우연히 KBO리그 최고투수 제임스 네일(32, KIA 타이거즈)의 영상을 봤다. 네일의 주무기는 스위퍼. 올 시즌에는 킥 체인지업에 원심 패스트볼까지 구사한다. ‘마구’를 1개도 아니고 2~3개씩 구사하며 폭주한다. 투고타저 시대에도 단연 압도적이다. 올 시즌 6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74.
하영민은 “그냥 스위퍼나 던져볼까”라고 했다. 유심히 봤다. 힌트를 얻었다. 네일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립을 잡았다. 이승호 투수코치도, 정찬헌 불펜코치도, 심지어 호흡을 맞춘 포수 김재현에게도 얘기를 안 했다.
효과를 봤다. 하영민은 2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서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3패)을 따냈다. 그는 “어떻게 잡나 봤는데 내가 던진 건 스위퍼는 아니겠죠. 슬라이더겠죠”라면서 “뭐 솔직히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연습할 때 던져봤는데 생각보다 각이 괜찮아서, 어차피 지금 커터가 안 되니 한번 던져보자 하고 던졌는데 잘 들어갔다”라고 했다.
느낌은 당연히 달랐다. 하영민은 “예전 슬라이더는 그냥 좀 세게 던지려고 했다. 구속이 나오다 보니까 커터가 됐다. 기존에 썼던 것을 커터로 하고, 이제 슬라이더가 밋밋해진 상태서 어제 (네일의 스위퍼 그립을)연습해보니 각이 커진 슬라이더가 됐다”라고 했다.
두산 타자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그동안 분석했던 그 하영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심하던 하영민에겐 좋은 무기가 생겼다. 그는 “네일에게 한번 찾아가서 물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키움과 KIA의 다음 맞대결은 5월5~7일 고척 어린이날 3연전이다.
2선발이라 승수 쌓는 환경이 좋지 않다. 그러나 하영민은 “작년에도 얘기했는데, 상대 팀 투수와 붙는 게 아니라 타자와 붙는 것이다. 내가 잘 던지고 점수를 안 주면, 우리 팀이 1~2점을 뽑아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난다. 상대 선발투수는 신경을 안 쓴다. 내가 상대 선발이랑 싸우는 게 아니니까, 타자에게 집중을 해야지 투수에게 집중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영민의 업그레이드가 위기의 키움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작은 동력이 될 수 있다. 그 역시 “선발투수들이 조금 점수를 덜 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투수들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계속 점수를 주면 어떻겠나. 뭐 어차피 우리가 계속 이걸 해 나가야 되는 건데. 자신들을 믿고 던지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나부터 내 공을 믿고 던지겠다. 나부터 좀 바뀌려고 많이 노력한다”라고 했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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