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너무 고맙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좌완 백정현이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특급 필승조로 거듭났다. 김헌곤에게 타구를 맞고 변화의 필요성을 직감, 부상을 당했지만 외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백정현은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을 기록했다.
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안타 하나 맞긴 했지만 빼어난 구위로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팀이 6-2로 앞선 7회 백정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한승택에게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박찬호는 백정현의 포크볼을 선 채로 지켜보며 아웃됐다. 김선빈에겐 슬라이더를 구사,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8회 나성범과 8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았고, 곧바로 이재희와 교체됐다.
성적이 엄청나다. 24일까지 1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 중이다. 16⅓이닝을 던져 18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피안타는 7개, 볼넷은 3개에 불과하다.
구원으로 보직을 옮기자 구속까지 상승했다. 나성범에게 던진 5구 직구는 무려 145km/h까지 나왔다. 박진만 감독은 "144~5km/h를 찍는 것을 처음 본 것 같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백정현은 "선발에서 중간처럼 던지면 팔이 못 버틴다"며 "작년 말부터 중간 대비를 하고 있어서 힘쓰는 데 포커스를 맞춰서 운동을 했다"고 전했다.
선발로 준비하다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백정현은 "중간중간 길게 던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주 나오고 있다. 피로 관리도 신경 쓰고 있고, 트레이너들이 관리를 잘 해줘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비시즌 연마한 포크볼이 빛을 보고 있다. 백정현은 스프링캠프 내내 포크볼을 갈고 닦았다. 예전에도 포크볼에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공을 컨트롤하지 못했고, 장착을 포기했다.
백정현은 "그때는 제구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를 때라, 던지면 (제구가) 잡히겠지라고 마냥 생각했다"라면서 "선발하면서 많이 던지면서 제구 잡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등판이 터닝포인트였다고 한다. 지난달 3월 23일 대구 키움전 선발 등판한 백정현은 2⅔이닝 2실점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백정현은 "선발로 등판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서 (포크볼을) 많이 던졌다. 그러면서 포인트가 잡힌 느낌이다. 감각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포크볼을 장착한 뒤 체인지업이 사라졌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4시즌 백정현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20.3%였다. 올 시즌은 0.4%로 급감했다. 그 빈자리를 포크볼(17.5%)로 채웠다.
두 가지 이유로 변화를 설명했다. 하나는 포크볼은 강하게 던져야 사는 구종이다. 선발 등판했을 때 많이 구사하면 팔이 버티지 못했고, 체인지업은 가볍게 맞춰 잡을 수 있는 구종이기 때문에 많이 구사했다. 또한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좋아져서 맞춰 잡기보단 헛스윙을 유도할 구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체인지업을 버리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백정현은 "작년 (김)헌곤이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타구에) 맞았다. 그때 체인지업을 던지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생각했고, 포크볼을 (구사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가을야구를 준비하던 시기, 삼성은 자체 청백전으로 선수들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다. 앞서 말한 대로 김헌곤의 타구가 백정현의 얼굴로 향했다. 백정현은 이를 막으려다 손과 얼굴에 타구를 맞았다. 왼쪽 눈두덩이 타박상과 우측 엄지 미세골절 소견이 나와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백정현은 "너무 고맙다고, '네가 아니었으면 체인지업을 어떻게든 연마하고 있었을 텐데'라고 했다"며 "그 전부터 (체인지업은) 정타도 많이 나오고 신호를 주고 있었다. 혼자 이것저것 계속 변화를 주다가 (타구에) 팍 맞고 나서 '체인지업을 아닌가보다. 고마하자' 이렇게 결단을 내렸다"고 답했다.
전화위복이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가을야구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포크볼이란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 포크볼러로 다시 태어난 백정현은 어떤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까.
대구=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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