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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와 라파엘 데버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다시 수비 포지션 문제가 불거졌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데버스는 보스턴을 대표하는 3루수였다.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980경기 1062안타 200홈런 638타점 타율 0.279 OPS 0.856을 기록했다. 2019년 홈런 32개와 2루타 54개를 곁들이며 전성기를 열었고, 이후 매년 30개에 육박하는 홈런과 40개를 넘나드는 2루타를 뽑아냈다. 2023시즌 종료 후 11년 3억 3100만 달러(약 4660억원)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맺었다. 보스턴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액 계약이다.
다만 수비력은 썩 좋지 않았다. 2024시즌 데버스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는 -6으로, 43명의 3루수 중 공동 36위다. 2020년 이후로 따져보면 -34다. 메이저리그 3루수 중 가장 낮은 수치.
알렉스 브레그먼의 영입으로 갈등이 촉발됐다. 보스턴은 2025시즌을 앞두고 브레그먼과 3년 1억 2000만 달러(약 169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브레그먼은 2024시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보스턴은 데버스를 지명타자로 보내고, 브레그먼에게 3루수 자리를 주려고 했다.
데버스가 강하게 반발했다. 데버스는 "3루가 내 자리다. 나는 줄곧 그 자리에서 뛰어왔다"며 "내가 계약할 때 논의된 내용은 확실히 내가 오랫동안 3루를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고 구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지금 보스턴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다른 지도자가 있다. 하임 블룸(전 보스턴 사장)은 지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있다"면서 "이건 브레그먼과 데버스, 혹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보스턴의 문제다. 우리가 내릴 결정은 팀을 위한 것"이라며 지명타자 데버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버스는 포지션 변경에 동의했다. 데버스는 "나는 이곳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좋은 기분으로 나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많이 성숙해졌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
시즌 초반 데버스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21타수 무안타는 물론 개막 5경기에서 15개의 삼진을 당한 것. 미국 'USA 투데이'는 "개막 5경기에서 데버스만큼 많은 삼진을 당한 타자는 없다"고 했다. 22타수 만에 1타점 2루타로 시즌 첫 안타를 쳤다.
이후 성적을 거침없이 끌어올렸다. 개막 5경기 이후 데버스는 123타수 35안타 5홈런 22타점 타율 0.285 OPS 0.896으로 이전 모습을 회복했다. 특히 최근 12경기에서 4홈런 11타점 타율 0.383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코라 감독은 데버스가 지명타자의 루틴에 익숙해지면서 성적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구단은 데버스에게 1루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주전 1루수 트리스톤 카사스의 부상 여파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전 카사스는 1루 베이스에 걸려 넘어지며 왼쪽 슬개건이 파열되어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보스턴은 데버스에게 카사스의 빈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8일 "데버스가 보스턴의 1루수 전환 요청을 거부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데버스는 "개인적으로는 그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이 포지션(지명타자)을 맡은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갑자기 또 다른 포지션을 맡으라고 한다"며 "이미 한 번 포지션을 바꾸라고 했고, 이번에는 그렇게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을 향해 불만을 토해냈다. 데버스는 "그들이 제게 한 말에 진실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이 포지션을 맡긴다고 했고, 지금은 말을 바꿨다. 그들이 자신들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이그 브레슬로 야구 운영 사장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데버스는 "브레슬로가 저에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그도 야구를 했던 사람이니까, 포지션 변경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브레슬로는 빅리그에 데뷔해 12시즌 동안 23승 30패 78홀드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한 불펜 투수 출신이다.
보스턴은 20승 19패 승률 0.513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초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할 때 팀 내 불화로 흐름이 꺾이는 모양새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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