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수도 없이 매일 상상했어요"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5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7구,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역투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손에 넣었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이민석은 데뷔 첫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88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는데, 첫 등판이었던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아웃' 판정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김진욱이 부진하면서 이민석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제대로 살려나가고 있다.
지난 5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이민석은 5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6실점(6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는데, 11일 KT 위즈를 상대로는 6이닝을 단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당시 최고 구속은 155km를 마크했다. 그리고 17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4⅓이닝 4실점(4자책)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에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
찰리 반즈에 이어 김진욱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이민석의 등장은 롯데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김태형 감독도 22일 경기에 앞서 "(이민석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며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본인의 포인트에서 공을 때리는지가 중요하다. 그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본다. 도망가다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민석은 다시 한번 제 역할을 해냈다. 이민석은 1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문성주에게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으나 무실점으로 LG 공격을 막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는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번에도 실점은 없었다. 순항하던 이민석의 첫 실점은 3회였다.
3회 선두타자 이영빈에 이거 문성주에게 연속 안타를 맞는 등 1사 1, 3루 위기에 놓인 이민석은 오스틴 딘을 상대로 0B-2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3구째 슬라이더를 던져는데, 하필 이 공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형성됐고, 좌월 역전 스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민석은 흔들리지 않았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뒤 5회까지 LG 타선을 묶어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상황에서 이민석은 내친김에 퀄리티스타트까지 노렸는데, 6회초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4구째 148km 직구에 다시 한번 홈런을 맞으면서, 4실점째를 기록했다. 이에 롯데는 이민석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보다 교체를 택했고, 이민석은 5이닝 4실점(4자책)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이날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이민석은 2022년 9월 8일 삼성전 이후 무려 987일 만이자, 데뷔 첫 선발 승리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들은 자신의 짐들을 모두 라커룸으로 옮겨놓은 뒤 다시 더그아웃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이민석의 데뷔 첫 선발승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선수들은 이민석의 그라운드 인터뷰가 종료됨과 동시에 모두가 달려들었고, 물폭탄을 끼얹으며 특급유망주의 승리를 축하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민석은 '승리가 오랜만일 것 같다'는 말에 "신인 때 첫 승을 하고 3년 만이다. 게다가 선발로는 첫 승이다 보니, 처음 승리를 한 것 같다. 선발승이라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고, 가치 있는 선물인 것 같다"며 "오늘도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실 5회를 막고 욕심이 났다.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에도 투구수가 100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아웃카운트를 잡고 싶었지만, 뒤에 나올 투수들과 야수들을 믿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이민석은 오스틴과 승부를 했던 순간을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꼽았다. 너무나 유리한 카운트에서 3점포를 맞았던 까닭. 그는 "분명 (유)강남 선배님께서 확실히 낮게 던져라고 사인을 냈다. 그런데 오늘 우타자 몸쪽으로 가는 공이 많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슬라이더를 바깥쪽 코스에 던진다고 했는데, 그게 또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갔더라. 의식을 하다 보면 몰리는 실투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부상으로 공백기도 가졌고, 기회가 왔을 땐 이를 잡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토미존 수술까지 이겨내고 이제는 선발로 첫 승리까지 손에 쥐었다. 이민석은 "데뷔한지 4년이 흘렀다. 그 기회를 잡지 못했었다. 일단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한 번도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데, 용기를 주신 주형광, 이재율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상진, 문동환 코치님이 큰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수도 없이 상상했던 순간을 현실로 만든 이민석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선발승을 수도 없이 매일 상상했다. 이제 첫 승을 했으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롯데의 선발진에 위기가 생겼을 때 '난세의 영웅' 처럼 등장한 이민석의 본격적인 프로 커리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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