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늘도 쓰줍│저자: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리리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번역가 조민영] 한창 제주살이 열풍이 불던 시기가 있었다. 여행자에서 이주민이 되는 건 당시 많은 이들의 로망이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던 2014년 운 좋게 남편이 제주로 발령이 났고, 우리 다섯 식구는 그렇게 제주도민이 되었다.
내려온 지 두 해 동안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주말마다 섬을 샅샅이 돌았다. 날마다 모습을 바꾸는 바다는 언제 봐도 신기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어디든 차를 세우면 그곳이 피크닉 장소였다.
제주는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인지 나 같은 이주민에다 비수기를 모르는 관광객까지, 제주는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갔다. 2014년만 해도 한산하던 월정리 해변은 어느새 카페촌이 되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이후로 제주의 겉모습은 빠르게 변했다.
이렇게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제주 바다는 오염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산책로만 해도, 물이 빠지면 현무암 위로 스티로폼 조각과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흉하게 드러났다.
‘왜 저런 데다 쓰레기를 버리는 거야? 정부라도 나서서 치워야 하는 거 아냐?’
그 풍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고 외면하고 싶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 쓰레기를 내가 주워야겠다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런 내게 이 책 <오늘도 쓰줍>은 꽤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 했다. ‘쓰줍’은 ‘쓰레기를 줍는다’의 줄임말이다. 이 책을 쓴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는 누군가 쓰레기를 치워주길 기다리기보다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제주 바다를 병들게 하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2017년 겨울, 세이브제주바다는 소수 인원으로 첫 비치 클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최근까지 1만 명 넘는 자원봉사자가 100t 가까운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오늘도 쓰줍>은 그 현장에서 마주한 우리의 민낯과 고민, 나아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각종 쓰레기를 찍은 수백 종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물, 밧줄, 부표 등 어업폐기물은 물론이고,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다 바다에서도 발견된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칫솔 쓰레기를 다룬 부분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어느 날 김녕 해안도로에서 2시간 동안 플라스틱 칫솔을 20개나 주웠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칫솔은 주로 화장실에서 쓰는 물건이고, 여행을 왔다고 해도 음료수 병처럼 길을 가다 아무 데나 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바다나 길가에 직접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어디선가 바다로 유입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쓰레기를 잘 버린다고 해도, 그 쓰레기가 끝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쓰레기는 잘 버리기도 중요하지만 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칫솔보다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고, 음료수 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실제 이런 모습은 카페나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저자가 소개한 ‘세이브더오션 필터’를 사용해볼까 한다. 바다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주범이 미세플라스틱 섬유인데, 이 섬유는 옷을 세탁할 때 많이 배출된다. 세탁기에 이 필터를 설치하면 합성미세섬유를 걸러준다고 하니, 거의 매일 세탁기를 돌리는 나로서는 의무감마저 든다.
8년 제주살이를 마치고 지금은 육지로 올라왔지만, 이사를 준비하던 그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섬에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보는 없고 걱정만 하던 나는 되도록 버리는 게 없이 올라오자 생각했다. 그래서 중고거래를 활용했는데, 가구와 책 등은 팔기도 하고 나눔도 했다. 결국 두 품목만 쓰레기 배출 신청을 했는데, 그마저도 수거 차량이 오기 전에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서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이런 실천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아직 바다는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저자가 책 초반에 들려주는 ‘허밍버드’ 이야기처럼, 중요한 건 큰불을 끄려는 작은 존재의 노력이다. ‘나 하나’의 힘은 미미하지만 그가 모여 우리가 될 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각자 작은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번역가 조민영. 세 아이가 잠든 밤 홀로 고요히 일하는 시간을 즐긴다.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번역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번역가 조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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