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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그도 인간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우완 투수 제이콥 디그롬이 커리어 최초로 '삼진'이 없는 경기를 펼쳤다.
디그롬은 2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205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무언가 기록이 허전하다. 탈삼진이 없다. 아웃 카운트 16개를 솎아 내는 동안 한 번도 삼진을 뺏어내지 못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빅리그 통산 12시즌 229경기 중 최초의 사건이다.
한때 디그롬은 메이저리그를 넘어 지구 최강의 투수였다. 16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칼같은 제구력을 자랑했다.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것은 당연지사. 2018년 10승 9패 평균자책점 1.70으로 커리어 첫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이듬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2.43으로 사이영상 2연패에 성공했다.
수많은 탈삼진 역시 뽑아냈다. 데뷔 시즌부터 2014년 140⅓이닝을 던지며 144개의 탈삼진을 기록, 1이닝당 1개꼴로 탈삼진을 솎아 냈다. 2015년(205개) 처음으로 200K 고지에 올랐고, 2019년(255개)과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104개) 내셔널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다. 부상으로 신음하던 와중에도 마운드에 오르면 전광판에 수많은 'K'를 수놓았다. 이날 전까지 통산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은 10.9개를 기록했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K/BB)은 5.40개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높다.
시작부터 일격을 허용했다. 디그롬은 1회 1루수 직선타와 투수 땅볼로 2아웃을 잡았다. 달튼 바쇼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솔로 홈런을 맞았다. 알레한드로 커크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2회 2루수 땅볼-1루수 땅볼-유격수 땅볼, 3회 유격수 땅볼-1루수 땅볼-2루수 땅볼로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4회 다시 흔들렸다.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바쇼에게 그라운드 룰 더블 2루타를 허용했다. 커크가 1타점 희생플라이로 디그롬에게 1점을 빼앗았다. 이후 범타로 아웃 카운트 2개를 추가하며 실점을 막았다.
5회 1사 후 연속 볼넷을 내준 디그롬은 게레로를 우익수 직선타, 바쇼를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6회 선두타자 커크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뒤 산탄데르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이때 투구 수는 81개. 텍사스 벤치는 한 타이밍 빠르게 움직였다. 디그롬을 내리고 우완 제이콥 웹을 투입한 것. 웹은 2루타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6회를 끝냈다. 텍사스는 단 1득점에 그치며 1-2로 패했다. 디그롬도 4패(2승)를 떠안았다.
경기 종료 후 'MLB.com'은 "디그롬도 결국 인간(Mortal)임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할 때의 디그롬은 언제나 지구 최고의 투수처럼 보였기에, 그 사실을 잊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인간일 수는 있는 법이고, 그에게 있어서 '인간적'인 모습조차도 보통 투수들의 '평범한 날'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디그롬은 "(0탈삼진 경기인지) 사실 몰랐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야 들었다"면서 "상대가 초반부터 공격적이었다. 초반에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기에 '오늘은 좀 길게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스스로와 싸우는 느낌이었다. 공이 자꾸 빠지고, 볼넷도 몇 개 주고, 효율적인 투구가 아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시범경기부터 지금까지 디그롬은 투구 매커니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구 시 몸이 먼저 열리면서 제구가 흐트러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이날 헛스윙은 단 3개에 불과했다. 'MLB.com'은 "불안정한 메커니즘이 삼진과 헛스윙이 거의 없었던 오늘 경기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고 했다.
디그롬은 "공을 아래쪽에 잘 꽂지 못했고, 그걸 기반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려 했는데 잘 안됐다"며 "포심 패스트볼은 거의 원하는 위치에 한 번도 못 던진 것 같다. 그게 가장 답답했다"고 밝혔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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