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KBO리그 역대 9번째 삼중 도루를 성공시켰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의 투구폼을 제대로 훔쳤다. 이성규-이재현과 삼중 도루를 합작한 김지찬은 플레이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지찬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득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롯데는 좌완 감보아를 선발로 냈다. 찰리 반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다. 삼성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삼성은 1회 감보아의 구위에 눌렸다. 감보아는 이재현에게만 안타를 내줬을 뿐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실점하지 않았다. 김지찬도 4구 만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0-2 카운트에서 4구 커브에 손도 내지 못했다.
김지찬이 물꼬를 텄다. 2회 2사 만루에서 김지찬이 투수 방면으로 절묘한 땅볼을 쳤다. 감보아가 공을 잡고 1루로 뿌렸는데, 김지찬은 이미 세이프. 3루 주자 류지혁 득점. 송구가 뒤로 빠지며 롯데 수비가 우왕좌왕했고, 2루 주자 박승규가 이틈을 타 3루를 거쳐 홈을 밟았다. 이재현의 볼넷으로 다시 2사 만루.
김성윤 타석에서 '작전'이 감행됐다. 감보아는 지난 21일 삼성 2군을 상대로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감보아는 투구 전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루틴이 있다. 삼성은 이를 미리 파악했고, 주루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2-2 카운트에서 감보아가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3루 주자 이성규가 홈으로 뛰었다. 감보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이성규가 홈을 밟았다. 2루 주자 김지찬과 1루 주자 이재현도 각각 도루를 성공시켰다. KBO리그 9번째 삼중 도루가 탄생하는 순간. 이후 폭투까지 나와 김지찬도 홈을 밟았다.
삼성은 2회에만 대거 4점을 냈다. 7회에도 김성윤의 적시타와 르윈 디아즈의 투런 홈런을 묶어 3점을 추가했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는 6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삼성의 7-3 완승.
경기 종료 후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 새로운 외국인 투수 감보아의 폼을 감안해 주루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있었고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이종욱 코치가 홈스틸 판단을 잘 해줬고,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여준 덕분에 초반에 많은 점수를 냈다"고 밝혔다.
직접 작전에 참여한 김지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지찬은 "저는 뒤늦게 알았다. 코치님들이 (3루 도루를) 확인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못 보고 있었다. 뒤늦게 보고 '아차' 했다"라면서 "늦어서 안 뛰려고 했는데 (이)재현이가 (2루로) 날아오고 있더라. 그래서 뒤늦게 (3루로) 갔는데 투수가 알아차리지 못해서 살았다"고 했다.
따로 삼중 도루 사인이 나온 것은 아니다. 김지찬을 향한 도루 사인도 없었다. 이종욱 코치는 김지찬에게 3루를 주시하라고 했다. 워낙 순간적인 플레이라 김지찬이 반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 다행히 홈으로 모든 이목이 쏠렸고, 김지찬과 이재현이 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3회부터 감보아는 폼을 바꿨다. 상체를 숙이는 동작 없이 공을 뿌렸다. 4회 타석에 들어선 김지찬은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바뀐 폼에 대해 "(특유의 동작을) 안 한다고 하는데, (코치님들은) 충분히 도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폼이 바뀌었다고 해서 저희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고 했다.
누상에서 본 감보아는 어땠을까. 김지찬은 "폼이 크다 보니 (도루하면)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왼손 투수니까 견제를 할 수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도루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자 입장에서 본 감보아는 위력적인 투수였다. 김지찬은 "좋은 투수다. 직구 구위가 좋다고 느껴진다. 변화구도 괜찮았다"고 밝혔다.
대구=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