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1~2달 미쳐서 자리 잡아라.”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가 팀 후배들에게 공개적으로 위와 같이 당부했다. 지금 KIA를 ‘종합병원’으로 규정하면서, 그 선수들이 돌아올 것을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제대로 미치자는 마인드를 갖길 기대했다.
최형우는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5회말 2사 2루서 역전 좌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개인통산 2500안타를 돌파한 순간이었다.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웃지 않았다. 경기 후 “지금 종합병원인데 그건 의미가 없어요. 이 나이에 무슨 개인기록 따가지고 뭘 할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최형우에겐 좋은 날이었지만, KIA의 상황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최형우가 그 한 방을 치기 직전, 김도영이 2루 도루를 하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스스로 걸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지만, 햄스트링 손상 판정을 받았다. 3월22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치고 1개월만에 돌아와 이제 좀 타격감을 올리나 싶었는데, 충격의 2차 부상을 입었다.
이창진의 시즌 전 부상, 김도영의 개막전 부상을 시작으로 박찬호, 김선빈이 잇따라 다쳤다. 곽도규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박찬호, 김선빈, 김도영이 돌아오자마자 나성범이 다쳤다. 패트릭 위즈덤, 황동하, 김태군, 김건국, 김선빈, 박정우, 김도영까지. 김선빈과 김도영은 개막 후 두 번이나 다쳤다.
그 사이 팀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5할 승률을 좀처럼 못 넘긴다. 27일 광주 키움전을 잡고 승패마진 -1이 됐지만, 김도영의 부상을 감안하면 상처 뿐인 승리였다. 주전 타자들 중에서 멀쩡하게, 그리고 잘 하는 선수는 최형우가 유일하다.
오선우, 황대인, 김석환 등 못 봤던 선수들이 자주 보인다. 이우성과 최원준이 워낙 부진한 탓도 있다. 최형우는 부상자, 부진한 선수들에 대한 얘기를 거두절미하고,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팀도 살리고, 개인의 가치도 올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형우는 “진짜 할 말이 없다. 너무 짜증 난다. 아, 왜 이러지? 개인적으로 핑계 같은 걸 안 대는 성격이라서. 아픈 애들은 그냥 이제 뭐, 힘들겠죠. 그런데 이제 어쩔 수 없다. 이제 놔야 돼. 쟤들은 놔두고 대신에 이제 여기 있는 친구들한테는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온 거지. 지금 다 봤다시피 멤버가 좀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 모든 친구들한테 지금 다 열려 있어 기회가. 더군다나 잠깐도 아니고 내가 봤을 때1~2 달이야. 여기서 진짜 1~2달 미쳐가지고, 나 같으면 더 그 애들한테 힘을 더 줘서 이제 자리를 잡으면 어떨까 하는 거야. 주전들이 와도 자기가 안 밀려날 정도로. 물론 이제 실력도 필요하고 몸도 필요하지만 그런 마인드로 좀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흔히 말하는 O치올을 거부했다. 최형우는 “굳이 아픈 애들을 자꾸, 뭐 흔히 말하는 ‘다 돌아오면 나아진다’ 뭐 이런 말도 이제 식상하고. 별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냥 이제 또 다른 동생들도 있으니까. 얘네가 이제 더 파이팅 해서, 어차피 시즌을 해야 되니까, 끌고 나가야죠”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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