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최근 극장가에선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 전쟁 블록버스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리고 첫사랑의 감성을 담은 '플립' 등 클래식 명작들의 재개봉이 잇따르고 있다. 신작 콘텐츠 공급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미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과거의 명작들이 다시금 스크린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극장 입장에선 부담 없이 안정적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실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관객층을 이분화해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극장에서 처음 보는 명작'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굿즈 판매, 관객과의 대화(GV), OST 콘서트 상영 등으로 확장될 경우 단순 상영을 넘어 다양한 부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이 과연 극장 산업 전반의 회복을 이끄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문제다. 재개봉 작품 대부분은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 OTT 플랫폼에서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 굳이 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극장을 찾아야 할 명분은 없는 셈이다.
이에 단순히 '무엇을 다시 트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몰입감 높은 상영 환경, 한정 상영이라는 희소성, 관객 참여형 이벤트 등 OTT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재개봉은 결국 일부 팬층에 국한된 단발성 이벤트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작 재개봉은 침체된 극장가에 숨통을 틔우는 '틈새 카드'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건 분명하다. 특히 신작 투자에 앞서 관객 반응을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자, 리스크를 줄이는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재개봉을 통해 일정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관객의 발걸음을 다시금 극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결국 극장의 경쟁력은 단순한 콘텐츠 유통을 넘어, OTT에선 불가능한 감각적·공간적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명작 재개봉은 그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실험 무대이지만, 구조적 대안이 되긴 어렵다. 극장이 다시 일상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관객에게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