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두산 베어스는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며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지난 2022시즌이 끝난 뒤 두산 베어스의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당시 두산은 코칭스태프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그만큼 대우도 좋았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에게 3년 총액 18억원의 계약을 안겼다.
이에 두산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두산은 2022-2023년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양의지의 컴백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023년 구단 최다 연승인 11연승을 질주하는 등 74승 2무 68패 승률 0.521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2022년 창단 첫 9위라는 수모를 완전히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가을 잔치는 길지 않았다.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까닭. 그래도 두산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도 74승 2무 68패 승률 0.521로 사령탑 부임 첫 시즌과 같은 성적을 손에 쥐었고, 이번에는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다만 결과는 같았다. 두산은 KT 위즈와 2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면서 2패로 또다시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2024시즌 두산의 행보는 대단했다. 오재원의 약물 대리 처방에 연루돼 1.5군 선수들이 대거 전열에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더 높은 곳에 올려뒀다. 백업 선수들의 부재로 순위가 떨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선수들이 모조리 이탈했던 셈이다. 하지만 팬들의 시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새다. 두산이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패배하자, 한참 동안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사령탑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두산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허경민(KT 위즈)과 김강률(LG 트윈스)의 잔류를 이끌어내진 못했으나, 메이저리그 28승의 콜 어빈과 잭 로그, 빅리그 45홈런의 제이크 케이브까지 영입하며, 이승엽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올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오재원 사태로 인해 1.5군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들도 모두 말썽을 일으키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도 개막을 앞두고 '토종 에이스' 곽빈을 비롯해 홍건희가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두산은 2일 기준 팀 평균자책점 4.14로 잘 버텨 나갔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타선이었다. 두산의 팀 타율은 0.258로 리그 6위. 현재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양의지에 불과하며, 케이브(0.286)가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이외에 선수들은 타율이 0.28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엔트리에 잦은 변화를 주며,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급기야 지난 주중 KT 위즈와 맞대결에선 강승호와 양석환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연달아 0-1로 무릎을 꿇게 됐다. 키움보다 더 많은 주자들이 출루했지만,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고구마 타선의 그 자체였다.
이에 이승엽 감독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승엽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구단 사무실을 찾았고,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세 시즌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면서,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두산을 두 시즌 연속 가을무대로 이끌었지만, 3년 연속 큰 악재들이 쏟아진 여파는 너무나도 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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