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그 시절 소녀들의 추억을 보상하라 [명희숙의 딥썰]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2000년대 초반 그룹 동방신기의 소녀팬이 아닌 채 학창시절을 보낸 이가 있었을까. 아이돌의 황금기를 보내고 배우로서도 도약해 독보적인 타이틀을 지녔던 박유천은 언제부턴가 연이은 실망으로 그를 좋아했던 이들의 추억까지 더럽히고 있다.

2017년 8월, 박유천의 소집해제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박유천은 복무 중 성폭행 피소로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는 서울 강남구 모 유흥주점과 자택 내 화장실에서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성폭행 피해자들이 등장했다. 피소와 관련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어 재벌 3세로 알려진 황하나와 열애, 결혼, 파혼설 등으로 복무 중에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이돌에게 치명적인 성폭행 고소와 열애 등 이슈였음에도 현장에는 박유천을 응원하러 온 수백여명의 팬들로 가득했던 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모두가 돌아섰던 그 당시에도 박유천을 뜨겁게 응원했던 그때의 팬들은 지금도 함께하고 있을까. 그들 중 몇 명이 6만 6,000원을 내고 박유천의 공식 팬사이트를 가입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후에도 박유천은 필로폰 투약 관련 결백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고, 사실이라면 연예계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연인이었던 황하나와 마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또한 지난 22일 성폭행 피소인 중 한명인 A씨가 관련 소송을 제기해 5,000만 원 지급 판결을 받고 사실상 승소했지만, 박유천이 배상을 하지 않아 감치 재판까지 열렸다.

그 사이 은퇴하겠다던 박유천은 공식 SNS를 개설하고 활동 의사를 내비쳤다. 유료 팬클럽을 모집하고 9만원 상당의 고가 화보집을 판매하면서 팬들 앞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감치재판 이후 "법원 우편물 수령에도 안하무인이라 불출석할 거라 봤는데, 잡혀가긴 싫었나보다"라며 "우리 다시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 안 만나게 돈이나 빨리 갚아라. 우리도 그와의 인연을 빨리 끊고 무관심하고 싶다"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박유천의 안하무인 행보를 둘러싸고, 연일 비난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묵묵부답이었던 박유천은 안병용 의정부시장과의 면담이 논란이 되자 몇시간도 되지 않아 재빠르게 해명했다. 그는 "시장님 및 시청 관계자분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에 글을 썼다고 한다.

더이상 그 시절 사랑했던 아이돌 박유천의 모습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6만 6,000원은 송금될 것이다. 피해자에게 5,000만원도 배상하지 않은 박유천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팬들의 사랑이 담긴 돈이 말이다. 여전히 박유천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해바라기처럼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그를 바라보고 있는 팬들에게도 가치 있는 6만 6,000원이 되지 않을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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