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스톤 '크루엘라', 이토록 매혹적인 디즈니 빌런의 등장 [양유진의 클로즈업]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지 A'(2010),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라라랜드'(2016)의 엠마 스톤은 잊으라. 우리가 익히 알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기대했다가는 오산이다. 엠마 스톤이어서 가능했던 영화 '크루엘라'(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다.

백발, 흑발이 오묘하게 섞인 헤어스타일과 형형색색 배지를 단 교복 재킷. 패션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단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겪는다. 하지만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손가락질당해도 한없이 당당하다. 때론 치고받으며 맞설뿐더러 자신의 편이 돼준 유일한 친구를 위해 복수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던 중 사고뭉치로 몰려 퇴학을 당한 에스텔라는 뜻밖의 사고로 런던에 홀로 남겨진다. 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또래 소매치기 듀오와 한 식구가 돼 도둑질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꿈꾸던 리버티 백화점에 운 좋게 입성한 에스텔라는 청소, 심부름 허드렛일을 전전하다 런던 최고 브랜드 '하우스 오브바로네스'의 주인이자 패션계의 전설인 남작 부인(엠마 톰슨) 눈에 들고, 그의 브랜드에 스카우트돼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빠르게 성장한다. 이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남작 부인의 실체와 마주한다.

'101마리 달마시안'(1961)에서 모피코트 수집에 열 올리는 악녀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크루엘라'는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와 스토리를 쌓는 차별화를 꾀했다. 에스텔라가 내면에 숨겨온 진짜 모습을 깨우고 런던 패션계 최고의 트러블메이커 크루엘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신선하게 그려낸다. 유년부터 시작해 흐릿한 정체성으로 실체를 숨기던 청년 시절, 겉으론 현실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차츰 숨겨둔 야망을 드러내며 변모하는 모습까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 스크린을 촘촘하게 채운다. 또한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에스텔라의 광기 어린 반항심과 파괴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펼쳐내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자아 찾기 여정을 계속 응원하고 싶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압권은 엠마 스톤의 만개한 재능이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가장 매혹적인 빌런의 탄생이라고 느낄 만큼 매혹적이다. 흑백 연회 속 레드 드레스로 남작 부인을 도발할 때나, 40피트의 쓰레기 드레스를 입고 사악한 눈빛을 보내는 엠마 스톤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극과 극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한 덕분에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순간도 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었다.

그 밖에 '크루엘라'는 등장인물의 개성을 한껏 살린 의상으로 눈을 현혹한다. 의상을 담당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제니 비번은 패션의 중심이었던 1970년대 런던의 패션 트렌드를 영리하게 포착해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연회의 우아한 드레시룩, 레드카펫 행사장을 압도한 가죽 점프슈트를 포함한 270여 벌의 의상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퀸, 도리스 데이, 더 도어스 같은 레전드 뮤지션의 노래가 공조해 영화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아울러 서사의 중요한 장치가 되는 공간적 배경도 완벽하게 재현됐다. 기존 디즈니 라이브 액션과 달리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인데,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는 130개의 세트와 약 40일간 영국 44개 주에서 펼쳐진 로케이션 촬영 등 초대형 프로덕션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26일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 개봉. 러닝타임 133분.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