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배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 김서형 [박윤진의 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6년 전쯤 배우 김서형을 인터뷰하고선 그가 꼭 주인공 반열에 오르길 기대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의 꿈, 연기에 대한 진심을 듣고 글로 옮기면서 한 배우의 미래까지 응원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도 김서형은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였음에도 악역과 조연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자신의 처지를 "간당간당하다"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연출자들이 나라는 배우를 활용함에 있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운 소리도 거침없이 내뱉던 당찬 여배우였다.

그런 근거 있는 자신감에 김서형은 겸손함까지 갖춰 무척이나 특별해 보였고, 굳이 누군가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일 것 같았다.

예상대로였다. 김서형은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으로 소위 대박을 터트렸고,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대체 불가능'이란 무기도 있다. 김서형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다른 사람은 떠올릴 수 없게끔 연기해버린다. 희대의 악녀 신애리, 올백 머리 입시 코디 김주영, 성소수자 여성 재벌 정서현 등의 캐릭터는 오롯이 김서형의 것, '마인(Mine)'이 됐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인'에서 김서형이 연기한 정서현은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묻은 채 사회적 인정과 품위 유지를 위해 사는 상류층 인물이었지만, '나의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단단함 속에 고달픔, 처연함, 외로움 같은 감성도 숨어 있어 공감대를 만들었다.

'마인'은 여성들의 질투와 대결이 아닌 연대를 그려 특별했고, 성소수자의 멜로도 다뤄 김서형에겐 도전의 의미가 있었다. 특히 재벌 여성의 동성 멜로는 드라마에서 꽤나 낯선 설정이었음에도 정서현의 고뇌는 김서형을 통해 매끄럽게 표현되며 별다른 불편을 남기지 않았다.

반팔 티셔츠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마인'의 종영 기념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서형은 차림새만큼이나 기분도 홀가분해 보였다. "멋진 캐릭터 연기를 '마인'까지 이어올 수 있었고, 차이를 두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숙제들을 해결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정서현 같은 멋진 롤모델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게 걸크러시 하다고 해주시거나 캐릭터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을 때마다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런 기대에 더욱 부합하려 노력했죠."

동성 연인 최수지(김정화)와의 감정신에 많은 고민이 있었을 법 했지만 어려운 연기가 아니었다는 게 김서형의 대답이다. "좋아했던 사람을 보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감정, 단순하잖아요.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요. '마인'은 이 멜로 하나 때문에 하겠다고 했어요. 제겐 목말랐던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연기하는 눈빛과 표정은 똑같았죠."

김서형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했고, 해소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차기작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사진 = 키이스트 제공, tvN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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