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위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로스앤젤레스 이승록 기자] "고맙습니다" 했더니 미국인 소녀가 "감사합니다" 했다. "땡큐" 말고 "고맙습니다" 했는데, "감사합니다"가 돌아온 것이다.

LA 출장 일정에서 만난 '아미'들은 하나 같이 친절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했더니 환영했다.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웃어줬다. '아미'들만 그러나 싶었는데, 할리우드 길거리에서 마주친 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왔다" 하니까 "BTS!" 하고 반색했다.

방탄소년단이 LA에서 2년 만의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장이었다. 여기에서 공연한 것도 놀라운데, 4일 동안 방탄소년단은 400억 가까이 벌었다. 티켓이 20만 장 넘게 팔렸다.

방탄소년단의 업적은 비현실적이라 꿈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진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다. 꿈의 차트 빌보드에서 1위를 한 게 수차례고, 아메리칸 어워드에선 대상을 받았다. 이젠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하느냐 마느냐를 논하고 있다. 빌보드고, 그래미다. 방탄소년단이 그 중심에 서있다.

다만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업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LA 한복판의 공연장에서 외국인 수만 명이 '봄날'의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는 걸 들으니, 그제야 방탄소년단이 지금 대체 무엇을 해내고 있는지 실감했다.

텍사스에서 18시간을 운전해 콘서트를 보러온 한 '아미' 팬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보면 행복해지고, 안정감을 느끼고, 릴렉스 되는 기분"이라며 "방탄소년단 덕분에 내가 위로(혹은 위안)를 얻는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을 왜 좋아하는가?"란 질문에 대다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행복"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좋아하기도 할테고, 멤버들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겠으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행복"이라고 했다.

단지 떼창을 하려고 한국어 가사를 외우는 게 아니었다. '아미'들에게 방탄소년단은 '사랑'이자 '삶'이었던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더 깊이 공감하고, 방탄소년단의 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아미'들에겐 그게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그 중심에 서있다. 빌보드도, 그래미도 아닌 '아미'들의 삶 중심에 서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삶을 행복과 사랑, 위로와 희망으로 바꾸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일곱 명의 소년들이 해낸 일이다. 위대한 일이다.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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