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위 '고딩엄빠', 취지 잊었는데 이대로 방송 괜찮나 [MD칼럼]

[박서연의 직진]

MBN '고딩엄빠2'가 시즌1에 이어 매 사연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자극성만 높아가는데, 취지를 잊은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고딩엄빠2'의 기획 의도는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의 다양한 실제 생활을 조명한 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우고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며 그 방법을 모색해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딩엄빠2'는 갈수록 출연자들의 자극적인 사연에만 치중, 매번 논란거리를 양산하고 있다. 방송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지난 16일에 방송된 '중딩엄마' 편은 '중딩엄마'라는 타이틀부터 자극적이었다. 중딩엄마로 소개된 A씨의 사연은 예상보다 놀라웠다. 중학교 2학년 때 임신해 아이를 출산했고, 현재의 남편과는 두 딸을 낳아 총 네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 이러한 믿기지 않는 사연 소개에 더해 남편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욕설을 내뱉는 등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도 방송됐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장면까지 보여주면서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튜디오 촬영 당시 A씨에게 교복을 입힌 것도 논란을 야기했다. 현재 A씨의 나이는 15세가 아닌 24세. 중학생이 아님에도 '중딩엄마'로 계속 부른 것도 모자라 성인에게 교복을 입혀 스튜디오에 등장시켰다. 방송 중반부에 채널을 켠 시청자들이라면 자칫 A씨를 중학생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다. 부적절하고 불편한 설정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자녀들의 신상을 그대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의사 결정이 어려운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송에 노출됐다. A씨의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미디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나이다. 가정사를 지나치게 공개한 방송으로 인해 혹여라도 아이들이 상처나 피해를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앞서 시즌1에선 출산부터 결별까지 부부 사이 일련의 상황을 중계하듯 방송했다. 출산 후 남편에게 흉기 난동을 부린 아내가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자 이를 방송에서 다루기까지 했다.

물론 당시 두 사람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고딩엄빠'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진행했지만 아내를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2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방송할 필요가 있었나. 중계하다시피 한 방송은 '고등엄빠'에겐 공교롭게도 당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선사했다. 하지만 부부에 대한 반응은 악화됐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악플 피해를 호소했고, 결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근황까지 전해졌다.

시즌2는 시즌1보다 더하다. 한층 더 이슈 될 출연자들을 섭외해 자극만 좇고 있다. 사회적 편견을 지우겠다고 했지만 '고딩엄빠'의 방송 내용을 보면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청소년 부모를 응원하던 시청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프로그램 취지, 기획 의도를 따지거나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한다는 글까지 나오고 있다.

'고딩엄빠2'는 10대에 부모가 된 이들의 '사연'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된다. 사회적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례와 임신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방향성을 소개해야 한다. 또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고, 솔루션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수위 높아져 가는 '고딩엄빠2'. 방송을 계속 하려면 본래의 취지를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사진 = MBN 제공, '고딩엄빠2' 방송화면]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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