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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지난 9일 오후 6시쯤 충남 천안시 직산읍행정복지센터(읍사무소) 민원실에 50대 남성 A씨가 들어섰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4~5분간 건물 1~3층과 민원실 창구 앞을 오가며 고성을 지르고 직원들을 위협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은 여권을 들어 보이며 소리를 치던 남성은 여권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놀란 직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보다 못한 공무원 B씨(20대)가 “왜 그러시느냐”며 그를 진정을 시켰다. 하지만 B씨에게 돌아온 건 폭력이었다.
A씨는 자신을 말리던 B씨 뺨을 후려쳤다. 충격으로 B씨는 2~3m 뒤로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도 말릴 틈이 없었다. 민원실 안쪽에 있던 공무원 너댓명이 A씨를 붙들었지만, 소동은 계속됐다.
A씨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 한 직원이 사무실에 설치된 ‘비상벨 SOS’를 눌렀다. 이 벨을 누르면 자동으로 근처 파출소에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산파출소 경찰관이 민원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A씨의 난동은 끝이 났다.
■ 갑자기 들어와 난동…직원 만류도 소용없어
A씨를 파출소로 데려간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그를 귀가시켰다.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현장 확인과 피해자 조사 등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직산읍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인근에 사는 A씨가 언제 다시 찾아와서 행패를 부릴지 몰라 노심초사하고있다. 읍·면·동사무소는 중앙부처나 광역·기초자치단체 청사와 달리 출입이 자유로운 데다 청원경찰 등이 배치되지 않아 민원인 폭행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폭행을 당한 공무원 B씨는 입안이 터지는 전치 2주 상처가 났다. 정신적인 충격도 크지만 2~3일 정도 병가를 보낸 뒤 다시 출근했다. 천안시 등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공직에 입문한 새내기로 사건 당시 A씨에게 위협을 당하는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 천안공무원노조 "도 넘은 폭행사건에 분노"
천안시공무원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도를 넘은 악성 민원인의 공무원 폭행사건에 분노한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공무원 인권을 짓밟은 가해자를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악성 민원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공무원은 참고 지나가거나 개인적으로 사법기관에 고소하면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처럼 악성 민원이 증가하면서 젊은 직원들이 중앙부처 등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 천안시 지난해 11월 공무원 보호·지원 조례 제정
천안시는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5일 ‘천안시 악성 민원 근절 및 공무원 등의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각 민원부서에 폐쇄회로TV(CCTV)를 추가하고 비상벨과 녹음 전화도 설치했다. 매년 두 차례씩 경찰과 합동으로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민원인 위법 행위(전화·방문 포함)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협박은 2018년 2924건에서 2020년 3만4878건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민원실 내에 안전요원 배치와 폭행을 당한 공무원의 심리치료·법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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