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1호 전말? 감성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최용재의 까칠한 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잠잠했던 안덕수 트레이너 사태, 일명 '2701호 파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안 트레이너는 여전히 잠적 중이다. 그런데 한 매체가 안 트레이너 관련 파문을 보도했다. 안 트레이너가 직접 밝힌 이야기는 없다.

감성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일 뿐이다.

안 트레이너가 열심히 선수들을 관리했다는 것. 많은 선수가 안 트레이너를 원했다는 것.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안 트레이너 파문의 초점을 이쪽에다 맞췄다. 감성에 치운 친 것이다. 안 트레이너가 노력했고, 선수들이 고마워했다는 것. 물론 서로의 존중과 진심에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본질은? 안 트레이너의 대표팀 공식 합류 문제다. 곧 자격증 문제다.

안 트레이너는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자격자'다. 자격증이 없으면 공식적인 업무를 맡을 수 없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규정에는 국가 공인 면허증인 'PT 면허증(물리치료사)'과 민간에서 발급하는 'AT(Athletic Trainer) 자격증' 등 2가지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만 채용 심사의 자격이 주어진다.

축구협회가 지난해 3월 게시한 의무 트레이너 채용 공고를 보면 지원 자격 중 필수요건으로 '물리치료사 자격증 또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소유자 및 2022년 내 취득 예정자'라고 공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도 마찬가지다. K리그 클럽에서 공식적으로 벤치에 앉을 수 있는 공식 트레이너는 PT와 AT 혹은 그 외 의무위원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규칙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제30조의6(선수관리 담당자)①법 제18조의14 제1항에 따른 선수관리 담당자(이하 "선수관리 담당자"라 한다)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취득한 자로 한다.

1. 체육지도자

2.「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물리치료사

3.「의료법」 제2조에 따른 의사·한의사 및 간호사

4. 그 밖에 대한체육회 및 경기단체가 정하는 자격을 취득한 자

어디를 가도 자격증은 필수 조건이다.

안 트레이너는 자격증이 '있었다'고 한다. 2002년에 땄는데 갱신을 하지 않았다. 그럼 무자격자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운전 면허증이 없으면 공식적인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명장도 지도자 자격증이 없으면 공식적으로 팀을 지휘할 수 없는 것처럼.

안 트레이너는 '스스로' 갱신을 거부했다고 한다. 후배들을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이 희생적인 모습은 박수받을 만 한 일이다.

하지만 그 헌신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이 헌신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잃었다. 스스로 권리를 박찼다.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대가 역시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유가 있더라도 무자격자는 무자격자다.

그 잃어버린 권리는 선수들이 간절히 요청한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자격증을 다시 따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의무 트레이너의 채용 기준을 높이는 일. '탁상행정'이라 했다.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7년부터 프로 클럽팀은 무조건 1명 이상의 PT 자격증 보유 트레이너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K리그는 당연히 그 의무를 따르고 있다.

축구협회 역시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 뿐이다. 축구협회는 2년 전 의무 트레이너 채용에 있어서 반드시 PT 혹은 AT 보유자에 한해 심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 고 최숙현 사태로 인해 의무 트레이너에 대한 자질 논란이 거세질 때였다. 채용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었다.

문제로 지적된 것 중 하나가 카타르 월드컵 공식 트레이너 중 무자격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축구협회도 인정했다. 안 트레이너와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고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트레이너는 축구협회가 의무 트레이너 채용 규정을 개정하기 전부터 일했다. 규정이 바뀌었으니 당장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유예기간 줬고, 그 기간이 2022년부로 끝났다.

그 트레이너는 현재 PT 시험을 본 상태다. 합격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합격하면 계속 일하는 거고, 불합격하면 계약 해지다. 그래도 문제가 된다면 관계자 등에 대해 추가 징계를 하면 된다.

이 부분이 안 트레이너 채용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무자격자를 뽑았으니 또 다른 무자격자를 넣어달라고? 이건 같이 망하자는 말이다. 그야말로 억지 주장이다. 앞선 무자격자를 퇴출하고, 또 다른 무자격자를 받지 않는 게 같이 살 길이다. 실제로 앞선 무자격자 트레이너는 이번에 자격증이 따지 못하면 퇴출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자격자를 받아주는 게 문제인가. 무자격자를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게 문제인가.

이건 감성에 호소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선의가 규정 위로 올라가 군림할 수 없다. 감정 보다 원칙이 앞서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금 이 상황은 감동을 앞세워 본질을 흐리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이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에게 신뢰가 없다면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시스템을 바꾸든가, 트레이너의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하든가.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선수들 여론에 등 떠밀려 무자격자를 받아주면 더 큰 혼란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안 트레이너가 자격증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일. 대의를 위해 그게 싫다면 공식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도 포기하는 게 맞다. 둘 다 가지려는 건 욕심이다.

[사진 = 안덕수 트레이너 SNS]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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