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두고두고 기억될…문가영·유연석·금새록·정가람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상수야, 사랑이 꼭 내가 뭘 잘못해서 받는 벌 같다."

형벌을 받는 네 남녀의 이야기, JTBC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교과서 같은 드라마였다.

모든 걸 망가뜨리고 떠나버린 안수영(문가영)과 스스로를 지키지 않고 안수영을 쫓았던 하상수(유연석)의 사랑은 곧, 사랑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속성을 지녔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박미경(금새록)과 정종현(정가람)이 각각 하상수와 안수영에게 바친 사랑을 통해선 되받지 못하는 사랑이 어찌나 선명한 상처를 남기는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사랑의 이해'의 가치는 우리가 이 우매한 사랑들을 이해하는 순간에야 보인다. 원작 소설에서 명기했듯 사랑과 관계 속에 감춰둔 '이해(利害, 이익과 손해)'를 그린 '사랑의 이해'는 사랑이란 단순히 하나의 감정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의 총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섬세하게 만들어 놓은 사랑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린 어느 순간 하상수와 안수영의 삶을 마주하게 되고, 궁극에는 둘의 그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사랑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둘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 역시 한층 심화된 사랑의 실체에 가까워지고, 하상수가 안수영에게 물었던 '왜 그랬는데요?'란 질문이 '사랑의 이해'에선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깨닫게 된다.

후반부에 길게 늘어난 전개는 아쉬운 대목이었으나, 덕분에 네 배우의 연기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배우 금새록은 그 자체가 박미경이었다. 박미경은 중대한 사건을 지나며 캐릭터의 온도가 급변하는데, 금새록은 초반의 생기 넘치고 순수하게 발랄하던 박미경을 어느 순간 차갑게 얼려버리며 캐릭터의 두 극단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배우 정가람의 연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가장 도드라질 정도로 마냥 맑고 깨끗했으며, 이 탓에 후반부 분노가 치밀어오르던 장면에서 정종현의 상처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배우 문가영의 표정을 지운 연기는 일품이었다. 감정을 읽기 어려운 안수영의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문가영은 극히 적은 눈빛의 움직임만으로 안수영의 설렘부터 거짓말, 회피와 용기까지 안수영의 삶을 모두 표현해냈다. 망설이던 하상수가 모든 걸 내던지는 하상수로 변화했던 게 납득됐던 건 모두 유연석의 힘이었다. 유연석은 떨리는 말투부터 미간의 흔들리는 움직임까지 극도로 세밀한 연기력으로 우리에게 하상수를 설득시켰다.

[사진 = JT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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