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까지 찍어놓고…라비, 무책임한 침묵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병역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가수 라비(본명 김원식·30)의 구속 영장이 6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된 가운데, 당사자인 라비는 사건이 최초 불거진 후 2개월 가까이 침묵하며 스스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병역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1월 소속사 그루블린에선 "빠르게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관련 내용이 국방의 의무와 관련된 일이기에 우선 상세 내용을 파악한 후 자세히 설명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현재 상세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본 건과 관련해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성실히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소속사 그루블린의 대표가 바로 라비 자신이다. 그렇다면 소속사 명의로 된 입장이 아니라 본인의 이름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그루블린의 대표이자, 대중의 인기로 온갖 부와 명예를 누렸던 톱스타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지난달에는 병역면탈 시도 혐의로 가수 나플라(본명 최석배·31)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는데, 심지어 나플라의 소속사도 그루블린이다. 대표인 라비가 의혹에 연루된 것뿐 아니라 소속 가수는 이미 구속까지 된 상황이다. 의혹의 당사자이자 인기 연예인으로서도,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도 라비의 침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중이 어떤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라비의 병역비리 의혹에 많은 이들이 충격 받은 이유는 평소 라비가 KBS 2TV '1박2일 시즌4' 같은 예능에서 건실한 이미지로 사랑 받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에는 군대 예능 MBC '진짜 사나이300'에도 출연했던 라비다. 당시 체력 테스트를 받던 중 한계에 부닥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는데, 그래 놓고 시간이 지나 병역비리 의혹에 연루됐으니 충격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때 라비는 건강 문제로 퇴소하게 되자 '진짜 사나이300'을 통해 "그동안 많이 못 느꼈던 감정을 느꼈다. 무너지는 제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송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라비는 "진짜 많이 배웠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저를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군대 예능으로 "많이 배웠다"는 말까지 했던 사람이 지금 병역비리 의혹에 휘말린 거다. 어떻게 이리 조용할 수 있는지 우리 같은 대중이 납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팬들이 받았을 충격을 진심으로 헤아린다면 라비가 지금처럼 침묵만 할 순 없다.

라비는 지난해 10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시작하고, 팬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팬들에게 근황을 알려오고 있었다.

마지막 글이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당시 라비는 "한 해를 보내주며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그간 어떤 것들을 이루어 왔나 많이들 생각하실텐데 감히 모두에게 하루하루 너무 수고 많았다고 이야기드리고 싶다"는 격려를 팬들에게 건넨 바 있다.

"저는 올해 정말 좋은 기억이 많은 것 같다"던 라비는 "공연을 하고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던 시기가 지나서 여러분들 만나서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듣고 느낄 수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유일한 온기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참 뜨겁고 따듯했다"고도 했다.

특히 라비는 팬들에게 "2022년이 모두에게 다르게 기억되겠지만 2023년은 모두가 보다 행복하고 좋은 일로 가득한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제 올해의 사랑은 여러분 모두"라는 고백까지 했다.

그런 라비의 바람이 무색하게 곧장 1월에 터진 병역비리 의혹이다. "행복하고 좋은 일로 가득한 순간이 될 것"이란 소망을 라비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다. 라비는 "제 올해의 사랑은 여러분 모두"라고도 했다. 지금 아무 말 않고 있는 게 진짜 팬 사랑인지 의아하다.

[사진 = MBC 방송화면, 가수 라비]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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