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정몽규와 동조자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그들에게 '대한' 축구협회의 자격이 있는가.

그들만의 사고방식, 그들만의 소통, 그들만의 결정. '대한' 축구협회가 아니다. '그들만의' 축구협회다.

그들만의 축구협회는 사상 초유의 촌극을 연출했다. 승부조작범 48명을 포함한 100명을 긴급 사면하려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들만의 협회가 사면 의결을 한 지 3일 만에 철회했다. 대망신이다.

부끄럽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까. 상식만 갖춰도 그 후폭풍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이들에게 어떻게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개탄스럽다.

가장 큰 책임, 당연히 정 회장에게 있다. 사면권 행사는 축구협회장의 고유 권한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나. 이 사달은 정 회장 작품이다.

최근 아무런 준비와 방향성 없이 막무가내로 도전하다 실패한 아시안컵, 여자월드컵 유치.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밀려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 낙선. 2022 카타르 월드컵 의무 트레이너 사태. 대표팀 선수들에게 각을 세웠던 역대 최초의 축구협회 등.

안 그래도 정 회장을 향한 신뢰를 잃고 있었던 축구팬들. 이 사면 파문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더불어 이 사달을 내놓고 질문하나 받지 않은 수장의 불통. 느낄 수 없는 비전과 방향성. 외교적 고립. 그리고 일방통행. 정 회장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신은 사면 불가다. 일부 단체와 축구팬들이 정 회장의 사퇴를 외치고 있는 이유다.

정 회장에게만 책임이 있는가. 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동조자들의 책임 역시 무겁다.

이번 사면 사태의 동조자들은 축구협회 임원 및 이사들.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그것이 최선이었나. 정 회장과 함께 일방통행을 하려면 무엇 하러 그 자리에 앉아 있는가. 충언을 해본 적은 있는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 답인가.

그들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임명된 인물들이다. 한국 축구를 망치는 일에 동조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자격은 없다. 그들이 제역할을 했다면 이 초유의 파문은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사태를 계기로 임원진의 대대적인 재편 목소리가 힘을 받지 않겠는가. 그렇게 돼야 한다.

동조자는 또 있다.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사면을 건의한 일선 축구인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그들. 도대체 누구인가. 축구팬들은 사면 100명의 명단만큼이나 그들의 명단을 궁금해하고 있다.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길래, 이 한국 축구를 망치는 건의를 했으며, 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정 회장이 승인하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뒤에 숨어 있는 그들, 뿌리 뽑아야 한다.

희대의 촌극은 벌어졌고, 책임질 이들도 정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책임을 질 때다. 입장문 달랑 한 장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그들만의 축구협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식이고 도리다. 이 사태로 상처받은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 회장과 동조자들.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긴급 이사회. 사진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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