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정신 차려, 김민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김민재에게는 '악몽'의 한주였다.

그에게 지난 한주는 아마도 커리어 통틀어 가장 혼란스럽고 아팠던 기간이었을 것이다. 축구 선수로 살아오면서 지난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비판과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지난달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 논란부터·멘탈 논란·친선 A매치 가치 하락 논란·태극마크 가치 하락 논란·손흥민 SNS 언팔 논란·96라인 파벌 논란 등 논란에 논란이 더해진 논란의 연속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논란의 '진원지'는 김민재 본인 이었다는 점.

그런 인터뷰를 하면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손흥민과 언팔을 하면 어떤 추측이 나올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민재만 몰랐다. 경솔했고, 가벼웠다. 모든 오해와 루머들,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는 것들. 김민재 스스로가 공론화시켰다.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논란으로 인해 약 1주일 동안 김민재의 가치는 한없이 깎였다. 즉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린 셈이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는 없다. 누가 대신 돌려줄 수도 없다. 김민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다. 김민재는 사과했다.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실언"이라고 인정했다. 손흥민에게도 사과했다. 욕도 먹을 만큼 먹었다.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다. 이 한 번의 실수로 김민재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울 필요까지 있을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이 실수를 교훈 삼아 더욱 성숙하고 성장하는 김민재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긴 채 하락한 가치를 다시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난 1주일 동안 깎였던 가치를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김민재 하기 나름이다. 짧게 끝날 수도, 정말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김민재가 직접 밝힌 "멘탈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를 돌려놓는 것이 급선무다. 이 역시 누가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이다.

스타는 비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비판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만이 슈퍼스타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 비판과의 싸움에 대처하는 경쟁력이 곧 선수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스타들이 이 싸움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민재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논란을 겪은 후 첫 경기였던 AC밀란과 경기에서 김민재는 멘탈이 무너진 모습을 이어갔다. 4실점. 나폴리와 김민재의 올 시즌 최다 실점 경기가 됐다. 찬사 일색이던 유럽 언론들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대로 무너진다면, 예전의 포스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김민재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리 멘탈'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 축구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수식어다. 팬들의 실망감 역시 더욱 커지게 된다.

앞으로 리그 경기뿐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도 남아있다. 한국 대표팀에도 중요한 경기가 수두룩하고, 우승을 노리는 아시안컵이 다가오고 있다.

김민재. 정신 차려라. 빨리 예전으로 복귀하라.

최근 몇 달 동안 김민재는 한국 축구팬들의 자긍심이었다. 세리에A 간판 수비수로 거듭나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파리 생제르맹 등 이적설이 터졌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느껴보지 못한 희열이었다. 이 희열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한 번의 실수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여전히 김민재의 더 높은 비상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거 모두가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고작 26세. 어린 청년이다. 철없을 20대 중반의 나이. 그에게 한국 축구가 너무 큰 책임과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가 김민재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바라는 게 너무 많다. 힘든 티를 내서는 안 될 정도로 김민재는 한국 축구에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김민재가 버티고 있어야 한국 축구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이런 현상 역시 김민재 스스로가 만들었다. 누굴 탓하랴. 결국 김민재의 몫이고, 김민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인걸. 때문에 그 무게감을 버텨달라,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김민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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