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에 삐걱 민주당, '혁신기구' 두고도 동상이몽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를 연달아 겪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마저 격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당의 '혁신' 방향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당 수습을 위한 방안으로 출범하기로 한 '혁신기구'가 되레 당내 갈등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을 인용한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혁신기구 구성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중으로 혁신위를 출범시켜 그 안에서 당 쇄신 방안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도부는 특히 당 혁신을 이끌 위원장 선임에 가장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혁신기구 구성을 결의한 후 2주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혁신위원장 자리에 원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불필요한 계파 갈등을 잠재우고 혁신위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현 지도부는 위원장 선임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를 불문하고 리더십과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당내에선 기성 정치인과 청년 정치인을 공동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청년 정치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방안도 나온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급격히 이탈하고 있는 2030 세대 민심을 다잡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혁신기구에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하느냐를 두고도 계파에 따라 이견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는 혁신기구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될 경우 자칫 '이재명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일각에선 혁신기구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기 이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비명계는 혁신위에 전권을 넘겨줘 확실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 일환으로 비명계에선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이끌었던 혁신위원회를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시 당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문재인 대표 위기 타개 방안으로 계파색이 옅은 당 밖 인사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에게 혁신위를 맡기고 모든 권한을 위임한 바 있다. 전권을 부여 받은 혁신위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 여러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당 안팎에선 당시 혁신위의 이러한 활동이 이듬해 총선 승리의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기구가 꾸려진 후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를 두고도 관심이 모인다. 현재 '혁신'과 관련해 당내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대의원제 폐지'다. 친명계 일각에선 '돈 봉투 의혹'을 계기 삼아 당내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나아가 친명계 초선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끄는 당 혁신위원회는 최근 지도부에 대의원제 폐지·축소안을 보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비명계는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부쩍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또 다시 '문자폭탄' 등 강성 당원들의 공세로 계파 갈등이 극심해지는 만큼, 대의원제에 대한 비명계의 반대는 확고하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에 더해 친명계 일각에서도 대의원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당 차원에서 당장 대의원제 폐지 논의에 힘을 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를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이재명 지도부가 과연 어떤 인물을 혁신의 '얼굴'로 내세울지, 또 이 대표가 얼마나 혁신위에 자신의 권한을 넘겨줄지 주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당의 발전을 위한 혁신기구 출범이 되레 갈등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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