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학생들, 안재욱 '친구' 합창하다 처벌…"당 떠난 순수한 우정은 없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북한 대학생들이 가수 안재욱의 노래를 부르다 적발돼 처벌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말 노동자 대표자회 직후 함경북도 경성군으로 농촌지원을 나갔던 북한 청진시 제1사범대 학생들이 남한 가수 안재욱의 '친구'를 집단으로 불렀다는 이유로 사상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청진시의 소식통은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다 누군가 먼저 선창을 한 노래가 합창으로 번졌다"며 "마침 농장에 머물고 있던 도보위부 간부들에게 들켜 일이 복잡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당시 학생들이 부른 노래는 '친구'란 제목의 노래였고 이 노래는 청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주장했다.

안재욱의 '친구'는 중화권 가수 주화건(周華健)의 '펑요우'(朋友)를 번안한 곡으로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이다.

또 함경북도 회령시의 대학생 소식통은 노래내용이 아무런 사상적 의미도 없다는데 대해 "당과 수령을 떠난 순수한 우정이란 있을 수 없다"며 "당과 운명을 함께 할 때에만 참된 동지적 우정도 꽃필 수 있다"는 북한의 선전내용을 전했다.

이처럼 사건이 커진 이유는 당시 도보위부 간부들은 주변의 농장원을 시켜 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를 제지했으나 영문을 몰랐던 대학생들은 단속권한도 없는 일반 농장원이 훈시하는데 반발해 오히려 더 크게 노래를 불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래를 부른 학생들이 사범대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역사를 전공하는 '혁명역사학부' 학생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사건의 처벌이 더 커졌다고 한다.

또한 대학생 소식통은 이 방송에 "대학생들을 책임진 학부장과 강좌장들까지 보위부 조사를 받았고, 학생 간부들도 매일 사상투쟁회에 회부 돼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시점이 당대표자회 직후이기 때문인지 이 사건으로 함경북도 내 모든 대학들이 검열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안재욱의 '친구'뿐 아니라 '우리들의 사랑으로'(해바라기의 '사랑으로') 같은 노래도 주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조국을 떠난 사랑은 없다'는 내용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욱. 사진 = 마이데일리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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