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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경기 일산 백석동 거리는 한산했다.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방송인 겸 작가 최윤희씨(63)가 남편 김모(72)씨와 함께 백석동 XXX 호텔에서 '동반 자살'하는 가장 비극적이고 불행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앞을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은 이를 모르는 듯 했다.
7일 오후 8시 30분쯤 이들의 시신이 발견됐으니까 반나절 이상 지난 즈음인 8일 오후 3시 경 사건이 발생한 백석동의 모 호텔. 때마침 한 중년의 여성이 건물에서 나왔다. '혹시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지' 여쭤보니 "그렇다"고 했다. 신분을 밝히고 사건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제가 새벽 3시까지 일 했는데 그런 일 없었어요. 여기가 아닌 거 같은데요. 확실한가요?" 호텔 종업원인데도 몰랐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여성에게 최윤희 씨 부부가 이곳에서 자살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여성의 대답은 "아닐거예요"라고 조금 전과 같은 대답이다.
호텔의 앞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년의 남성 두 명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명은 건물 경비원이었고 한 명은 건물 보수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윤희씨가요? 그럴리가 있나요. 유명하신 분 아니신가…XXX 호텔은 여기 한 곳 뿐인데, 그럴리가 없어요"
"나도 어제 새벽까지 일 했는데 그런 건 못 봤는데…아까 몇 명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가긴 했지만"
이 곳에서 최윤희 씨 부부가 동반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나중 사실을 안 경비원은 "왜 이렇게 좋은 세상을 먼저 가려고 하신거지…"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다소 차분한 모습의 사장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신분을 밝히니 이내 전화를 끊으셨다.
"예 맞습니다. 7시 50분에서 8시 사이에 발견했습니다. 710호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요"
카운터를 나서니 몇몇 취재진이 서둘러 호텔 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호텔 앞 경비원 아저씨도 유심히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그동안 저를 신뢰해 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故 최윤희 씨는 생을 마감하면서도 죄송하다고 했다. 자신들이 '장소'로 택한 호텔측에도. 그리고 몇 번이고 용서를 구했다. 몇 십년 행복을 전해주던 故 최윤희 씨였지만 결국 그의 마지막 말은 '죄송합니다'였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죄송할 것이 있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故 최윤희는 언제나 밝게 웃으며 명랑하고 수더분한 목소리로 강의하던 그런 모습이다. 최윤희 씨로 인해 웃고 새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죽은 그녀가 죄송할 건 없지만, 얼마나 아팠으면 하는 극한 상황에서 엄청난 선택을 하고 가버린 그녀가 야속하기는 했다.
[故 최윤희 씨 부부가 묶었던 호텔]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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