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11회말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김경문 감독의 징크스는 그렇게 깨졌다.
김경문 감독은 유독 포스트시즌 중 잠실구장에서 벌어지는 3차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른바 '잠실 3차전 징크스'. 이는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 가고도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징크스의 시작은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 부임 첫 해였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대구 원정을 1승 1패로 마치고 잠실로 올라왔으나 내리 2패를 당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무엇보다 3차전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홍원기의 주루사로 득점에 실패한 뒤 두산의 찬스는 오지 않았다. 정규시즌 기록과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한 권혁의 구위에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두산은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삼성을 만나지만 대구 원정에서 2패를 당한 충격을 가시지 못하고 안방에서 내리 2경기를 내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차전에서 1점 승부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를 당하니 극복할 길이 없었다. 3차전에서 8회초 양준혁에게 우월 쐐기 3점포를 내주며 0-6 완패했다.
만남은 계속됐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기고도 4연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문학 원정 2연전에서 1승 1패를 한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3차전에서 2-3으로 뒤지던 9회말 김현수의 2루수 앞 병살타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팀 타선은 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줬고 그나마 잘 맞은 타구도 수비 시프트에 철저히 가로 막혔다.
지난 해에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고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딸 수 있었으나 잠실로 옮긴 3차전에서 1-1 동점이던 9회말 고영민의 타구가 정근우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며 연장 승부로 접어 들었고 연장 10회초 우익수 정수빈이 라이트 불빛에 가로 막혀 수비 실수를 범하면서 석패하고 말았다. 두산은 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하강했고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물론 이긴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이었다. 두산은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장식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올랐는데 1~3차전을 잠실구장, 4~5차전을 대전구장에서 치르는 예년과 다른 일정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잠실 3차전과의 악연이 유독 많았던 것은 1,2차전을 홈에서 치르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7시즌 중 1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1차례도 없었다. 2001년 정규시즌 3위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워낙 지독한 징크스이기에 이를 깨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10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찬스를 놓치고 연장 승부에서 힘없이 실점하는 모습이 마치 지난 해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그대로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연장 11회초 2실점했지만 11회말 임재철의 동점타와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로 뒤집기 한판을 선사했다.
지독했던 김경문 감독의 징크스는 일단 멈췄지만 만일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SK와 또 한번 잠실 3차전을 치러야 한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여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두산 김경문 감독(사진 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두산 선수들(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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