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대한민국 야구팬이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이승엽이 터뜨린 역전포는 쉬이 떨쳐낼 수 없는 감격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로 맞선 8회말 1사 1루, 이승엽은 상대 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몸쪽 낮은 직구를 노려쳐 우측 펜스를 넘기는 결승 투런포를 때려냈다. 올림픽서 25타수 3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이승엽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역사에 남을 순간을 선물했다. 물론 이후 이승엽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말끔히 거둬졌다.
국가대표 간의 경기도 아니었고, 큼지막한 홈런이 터진 것도 아니었지만 보는 이들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 장면이 11일 연출됐다.
김현수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22타수 2안타의 부진 탓이었다. 덕아웃에 앉아 경기를 바라봐야 했던 김현수의 마음은 쓰렸다. 그러나 곧 기회가 왔다. 3-7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 김현수는 손시헌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못 치면'하는 생각과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이윽고 안지만의 공이 높게 날아왔고, 김현수는 망설임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우측 펜스를 때리는 2타점 적시타였다. 김현수의 적시타에 힘입어 두산은 이후 2점을 더 보태 추격의 고삐를 죌 수 있었다.
평소 '기계'라고 불리던 김현수였다. 3년 연속 3할을 때려내며 팀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24개의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가을 잔치와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서는 자신의 병살타로 팀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려야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타율 .125로 저조하다. 기회가 올 때마다 방망이는 헛돌았고, 매번 자책하며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징크스로 굳어질 수 있는 묘한 우연이다.
이제 그동안의 눈물을 뒤로 하고 '기계'에 기름칠을 할 때가 왔다. 다행히 준플레이오프서 잠잠했던 김동주(PO 타율 .529)와 최준석(.429)이 든든하게 그의 손을 이끌고 있다. 부담감은 다소 떨쳐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대로 "김현수만의 스윙"을 하기만하면 된다. 두산과 삼성의 드라마는 13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김현수의 드라마도 개봉박두다.
[사진 = 김현수]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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