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친 끝에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3승 2패로 제압하고 4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과 두산, 어느 팀이 승리했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전력이었다. 다만 승리의 여신이 삼성 쪽으로 조금 더 미소지었을 뿐이다. 행운과 운명이 함께 한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은 4가지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다.
5-2로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아웃카운트 4개면 두산이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적지에서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마운드에 고창성, 불펜에 정재훈 콤비라면 경기감각이 떨어진 삼성 타선이 3점차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진갑용의 타구가 고창성의 팔꿈치를 때리면서 승부는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렀다.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은 박진만은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이영욱-김상수에 연속 안타를 맞고 한 점을 내 줬다. 이어 박한이에 역전 결승 3점포를 얻어 맞으면서 삼성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결과론이지만 이 경기를 두산이 승리했다면 이번 시리즈를 스윕할 수도 있었다.
2-4로 뒤진 5회초 2사 1루. 두산은 에이스 김선우를 중간계투로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하지만 김선우는 첫 타자 박석민에 좌전 안타를 맞고 2사 1,2루 위기를 허용했다. 이어 조영훈의 타구가 1루로 향했고 두산 1루수 최준석이 침착하게 잘 잡아 베이스로 돌진했다. 최준석과 종영훈의 발이 베이스에 거의 동시에 닿을 무렵 전일수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타이밍상 아웃으로 보였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흔들린 김선우는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포일과 폭투, 적시타를 내 줘 순식간에 2-7로 벌어졌다. 7-7까지 따라붙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두산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판정이었다.
삼성이 초반 0-5로 뒤졌을 때 낙담이 컸던 것은 단지 점수차 때문이 아니라 상대 선발 캘빈 히메네스 때문이었다. 정규시즌에서도 삼성 킬러였고 지난 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의 쾌투를 펼친 히메네스는 이날은 2차전보다 더 빼어난 구위로 삼성 타선을 농락하고 있었다. 3회 1사까지 7타자를 연속으로 땅볼 처리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춤을 추던 히메네스의 싱커는 갑작스럽게 오른손 엄지 손가락의 물집이 떨어져 나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산 벤치는 지친 불펜을 위해 히메네스를 더 끌고 나가려 했으나 제구력이 흔들린 히메네스는 최형우에 볼 카운트 1-3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가운데 직구를 뿌렸다 2점홈런을 맞았고 결국 조기강판되면서 역전패의 씨앗이 됐다.
연장 11회말 2사 만루. 두산 마무리 임태훈의 체력은 바닥에 가까웠지만 공 끝은 매서웠다. 반면 박석민은 이번 플레이오프 삼성 타선 중 가장 부진한 타자였다.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면서 낮게 제구된 임태훈의 7구째 144km 포심 패스트볼은 건드려봤자 내야땅볼일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었다. 문제는 박석민이 겨우 건드렸다는 것이다.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박석민이 배트를 내밀자 관중석에서는 '기회를 놓쳤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빗맞은 박석민의 땅볼은 임태훈과 유격수 손시헌 사이로 천천히 굴렀다. 박석민의 타구가 내야를 가를 것으로 에상해 조금 뒤에 있던 손시헌은 빠르게 쇄도했고 글러브로 잡으면 늦었다고 판단해 맨 손으로 타구를 잡으려 했다. 제대로만 잡으면 손시헌의 칼날 송구로 아웃이 가능했으나 야속하게 빗맞은 타구는 손시헌의 오른손에서 빠져 버렸다. 그리고 삼성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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