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작은’ 영화가 대세인 한국 영화계, 문제는 없나?-[김경민의 뒷담화]
‘한국형 블록버스터’, ‘100억대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 등 2010년 한국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 수식어들이다.
24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당시(1998년) 첫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달고 극장에 개봉했던 ‘쉬리’부터 시작해 최근 천만 관객을 세운 ‘해운대’(2009년작)까지 수 많은 대작들이 제작되고 극장에 개봉됐다.
‘블록버스터’의 기준도 20세기 후반 ‘쉬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액수가 커져서 이제는 100억대의 제작비는 들어야 ‘대작’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같은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을 달 수 있는 영화는 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대작’이라고 불린 작품은 110억원 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포화속으로’가 유일하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 ‘퀵’, ‘고지전’ 등의 대작이 개봉될 예정이지만 올해 한국 영화는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 한파와 대작영화의 연이은 실패 등의 이유로 ‘작게’ 만드는 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정도가 지나쳐 일부 영화는 개봉전부터 DVD판권과 케이블 판권 등의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일부 ‘작게’만든 영화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작게 만들어도 성공하는데, 영화를 크게 만들 필요가 있나?”는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시나리오 단계에부터 대작 영화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면 요즘은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고 영화계의 현 실정을 전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블록버스터의 경우 300만에서 400만 관객까지는 예상치를 놓고 배급을 결정했는데, 현 상황에서는 그 기대치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의 경우 ‘볼거리’에 치중해 정작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탄탄한 스토리에서 터져나오는 감동이 빠진 경우가 많았다. 과거 국내 개봉 블록버스터 표방 영화의 다수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120억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예스터데이’, ‘알유레디’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
그 결과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는 ‘스릴러’ 영화가 개봉작의 다수를 이루게 된다. ‘추격자’를 필두로 ‘파괴된 사나이’,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심야의FM’까지, 올 초부터 하반기 까지 그야말로 스릴러의 득세라고 할 정도였다.
이 같은 스릴러 장르의 장점은 돈 드는 특수효과나 거대한 세트장 없이 관객이 원하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서 제작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배급사 중 ‘스릴러’ 장르를 개봉하지 않은 회사는 없을 정도다.
이처럼 장르의 획일화 뿐만 아니라 이미 개봉해 여느 영화 부럽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덜들인 영화를 표방한 ‘방가방가’나 방송사들의 ‘특집드라마’ 같은 느낌의 영화가 다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처럼 ‘작게’ 만든 영화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작게’ 만든 영화는 단기적인 수익에서는 제작자와 배급사 입장에서는 큰 이점이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대세를 이루던 '타이타닉'과 맞대결을 펼친 한국 영화계에 최초의 블록버스터 ‘쉬리’ 부터 시작해 첫 천만관객을 달성한 영화 ‘실미도’의 기쁨을 우리 영화계는 잊은 것은 아닐까?
국내에서만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의 앞선 3D기술을 보고 정부까지 나서서 이 같은 선진 기술의 개발을 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계가 경제적인 이유를 핑계로 갈수록 작은 영화를 추구하고 ‘대작’을 외면한다면, 이 같은 기술의 활용 여부는 물론, 영화계 전체적인 퇴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 쉬리-실미도, 추격자-심야의FM]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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