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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90년대 후반 홍대 인디씬을 주름잡던 하드코어 그룹 ‘닥터코어911’.
사회 비판적인 가사와 강렬한 비트의 음악으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얻던 이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라이브 무대와 음반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리고 상큼 발랄한 여성 보컬 ‘베니’의 목소리와 감성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노래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상밴드’. 이들 두 그룹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룹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 쇼기(본명 공인석). 하드코어와 모던록을 오가는 극과 극의 음악적 다양성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돌연 보컬로 데뷔했다. 17년 차 록그룹 리더이자 무대 앞에 나서지 않는 베이시스트인 그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음반을 발표한 것.
그는 최근 데뷔 앨범인 ‘퍼스트 티백(First Tea Bag)’을 발표했다. 음악적인 색깔조차 80년대에 유행하던 포크송의 느낌이 물씬 난다. 강렬한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도, 강하게 내려치는 드럼 비트 조차 이 앨범에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잔잔하고 감미로운 보컬만이 감성적인 가사와 어우러 진다.
왜 쇼기는 갑자기 음반을 발표 했을까? 그것도 생전 보여주지 않던 자신의 목소리로? 그 대답은 단순했다. 닥터코어나 상상밴드를 통해 곡을 만들어 오던 중 두 팀의 음반 어디에도 담지 못한 곡을 자신의 목소리로 불러보고 싶었던 것.
쇼기는 “앨범을 만들면서 아까운 곡들을 내 목소리로 생명을 주고 싶었죠”라고 이번 음반을 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처음 하는 보컬 녹음이라 어려움 또한 많았다. 일반적으로 보컬을 녹음한 후에 음악이 얹혀지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진행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세션들이 만든 음악이 녹음된 다음에 작업실에서 혼자 마이크를 잡고 녹음을 했어요. 혼자 녹음하고 후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죠”
그의 이야기처럼 이번 앨범을 녹음하는데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많은 어려움 끝에 탄생한 자신의 앨범을 들으면서 감상에 빠지는 듯 했다.
그렇다면 쇼기는 왜 이 같은, 요즘 세대에는 생소하기 까지한 음악 장르를 들고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처음 음악을 할 때 느끼던 감성과 평소 좋아하던 브릿팝 장르를 국내에서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닥터코어의 경우에도 ‘비가’ 같은 경우에 멜로디가 잘 드러난 곡이에요. 상상밴드의 ‘가지마 가지마’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멜로디가 가득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그런 곡들을 부르다 보니 브릿팝의 색깔이 묻어나는 곡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쇼기는 이번 도전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이번 앨범의 의미를 설명했다. 더 나은 곡들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될거라는게 이번 첫 데뷔 앨범에 담은 그의 마음 가짐이다.
“음악을 오래 하다보니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갈망이 모였어요. 그래서 만들다 보니 싱글이 아닌 꽉찬 정규앨범을 만들게 됐죠. 싱글로 낼 수도 있었지만 ‘정규 앨범’의 힘을 믿고 싶었죠”
그의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별과 너의 파노라마’는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추억이 가득 담긴 곡이다. 티백 처럼 따뜻하고 여유로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에 깜짝 놀랄만큼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쇼기는 이번 앨범 뿐만 아니라 2집, 3집을 통해 그의 음악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감수성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제가 생각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따뜻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서 쇼기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개인 앨범이 잘 되면 닥터코어의 색깔 까지 변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닥터코어는 닥터코어 입니다. 3집 앨범을 계획 중인데,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20대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솔직 담백한 음악으로 회귀할 계획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무대 뒤에 서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음악을 해 오던 베이시스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보컬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쇼기. 그가 만들어갈 음악 세계를 주목해 보자.
[사진 = 상상엔터테인먼트]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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