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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의상 감독, 그 역할과 의미는 무엇?-이진희'성균관 스캔들'의상감독[MD초대석]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답길 바란다. 하지만 드라마 의상엔 아름다운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캐릭터에 잘 맞는 옷이다.
KBS월화사극 '성균관 스캔들' 의상이 대중에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 또한 좋은 스타일과 극에 맞는 스타일의 경계를 잘 구분 하는데, 비결이 있다. 극 의상은 유행이 아니라 캐릭터의 삶을 담아내고 있어야 하며, 그 인물의 껍질로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극중 '대물' 김윤희는 몰락한 양반가의 딸답게 몇 벌 안되는 남루한 의상을 지겨울 만큼 입고 또 입었고, '가랑' 이선준은 꼿꼿한 그의 성정답게 고집스러울 정도로 단순하고 깔끔한 의상만을 고집한다. (물론 성균관을 나오면서는 약간의 방황이 있을 땐 잔무늬 의상에 멜랑 꼴리 한 의상도 입긴 했지만...)
또한 '걸오' 문재신은 희대의 반항아로 넉마 같은 의상을 두르고 나온다. 그리고 유독 시청자의 반응이 뜨거웠던, '여림' 구용하는 포목점 행수의 아들답게 팔색조의 화려한 멋을 뽐낸다.
이처럼 극의 텍스트를 읽어 내고 수학적인 계산으로 캐릭터를 분석해야만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대비와 조화를 이루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 숨 쉬게 된다.
우선 대본을 받고 그 시대의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작품의 방향성을 잡아간다. 사극은 바른 역사의식을 전달하는데, 큰 의미가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것을 응용을 통하여, 각 시대마다의 의상 스타일을 작품 성격에 맞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성균관스캔들'은 정확히 얘기하자면 픽션에 좀 더 근접하지만 무협이 아닌 '선비 드라마'다. 그 특성에 착안해 청렴함이 조선의 단아한 미학과 잘 맞는 대부분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옷의 형태 또한 거의 고증에 가깝게 접근했다.
예로, '김윤희는 기생도 아닌데, 왜 칼 배래(소매)냐?'는 시청자 분도 있었지만 정조 말엽 18세기 후기에는 근대화의 직전이므로 단소화 현상과 기능화의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저고리 길이와 소매부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복식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극의 상황과 임팩트에 따라 생략 또는 재해석되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향성이 설정되면 캐릭터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캐스팅된 배우를 고려해 머리로 인물을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유천군은 처음 봤을 때 ‘가랑’ 이선준에 비해 화려한 얼굴이라 느꼈고, 연기가 처음인 친구라 화려한 외형을 눌러주면서 배우에게 시선이 최대한 몰입 될 수 있게 의상의 형태와 색을 최대한 절제시켰다.
박민영은 처음 봤을 때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가 강해서 '대물' 김윤희의 털털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만들어 주기위해 겹겹이 갖춰져 차려 입은 느낌 보다는 단벌 도포로 검소한 느낌을 주고, 소재 또한 모시를 사용해 그의 수수한 성정을 표현했다.
송중기는 처음 만났을 때 눈빛이 유독 영민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여색을 즐기는 단순한 캐릭으로만 보여 지기는 아까운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술과 패션을 선도하는 감성이 아주 풍부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계절을 아우르는 풍성한 색감과 섬세한 디테일을 살리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
유아인은 눈빛은 강하고 거칠지만, 야생마 같은 캐릭을 표현하기엔 좀 약해 보이는 샤프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의상을 겹겹이 입히고, 옷고름을 풀어헤쳐 동작을 할 때 옷의 날림에 의해 몸집이 커 보이는 효과를 의도했다.
이처럼 배우와 캐릭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완성된 디자인을 가지고 연출 감독과 조율을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제작에 착수한다.
완성된 의상이 하나의 스타일로 창조돼 배우와 하나가 됐을 때 그 의상은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다. 이처럼 의상감독은 드라마의 모든 의상을 총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간다.
무대의상은 일루젼을 실현하는 창의적인 분야다. 텍스트를 해석하고, 극의 스타일을 만들며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독창적인 전문 분야다. 또한 극 의상은 인물을 상상 속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며, 머리로 상상하며, 손끝으로 대상을 만들어내는 전문적이고 창조적인 무대시각 분야라 할 수 있다.
약력: 현 '엣 의상 스튜디오' 대표 이진희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1998년부터 대학로에서 연극작업을 하면서 공연의상 60여편 디자인, MBC '하얀거탑', KBS '바람의 나라', KBS '엄마가 뿔났다', KBS '성균관 스캔들' 의상감독을 맡았다.
[이진희 대표, 극중 김윤희-이선준-문재신-구용하. 사진= 최은선, 박재현, 레몽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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